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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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시즌 2가 화제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책트폭행 유튜브에서 소개한것처럼 가해자들 모임에서도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수저에 속하는 연진, 사라, 재준과 흙수저인 혜정과 명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지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지위 상승을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무리에서도 서열을 매기고 지위를 추구하는 걸까? 인스타의 좋아요와 인친의 수가 우리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만 같은 느낌, 갑질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지위게임' 책에서는 인간이 '지위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지위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잡도록 타고 난 것이며, 인생이란 게임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지위게임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인간 행동의 메커니즘이 돈, 권력, 성의 관점에서 본 것에 반해 '지위 게임'은 우리의 지위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행동을 설명한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부 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

2부 한계 없는 욕구

3부 극단의 게임

인상깊었던 몇 가지 부분을 나눠보고자 한다.


1. 교도소에 쌓은 지위의 성전


벤이 나가기 전에 한 교도관은 이렇게 경고했다고 한다. "당신은 여기서 얻은 지위를 잃게 될 거요." "그게 무슨 뜻일까요?" 내가 물었다.

"저는 종신형 재소자로서 교도소 내 서열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했어요. 교도소 변호사로서도 그랬고요. 이런 게 제게 지위를 주었어요.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순간 다 물거품이 되는 거죠."

27쪽.


생각없이 휘두른 나무 의자에 친구가 죽게 되면서 벤은 교도소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석방을 거부할만큼 벤은 교도소 내에서 상당한 지위를 부여받고 익숙한 생활을 살게 된다. 일부러 가석방 심사때마다 경범죄를 저질러 형량을 늘릴만큼 그는 교도소 안의 지위를 포기하기 힘들어한다. 벤에게 지위를 부여받은 교도소의 삶은 좀 더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도소 밖의 삶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범죄자'라는 이름만 남는 곳이었다. 교도소 안의 삶의 밖의 삶은 지위의 존재와 상실이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벤에게 그 동안 이룩한 특정한 지위는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는 특정한 기간 동안 특정한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리매김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저자는 그 부분을 지위 욕구로 본 것 같다. 그래서 벤도 교도소내에서 지위게임을 한 결과 교도소내의 변호사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부여받은 지위로 인해 존재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위는 '사람들이 우리를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주는 상태'라고 한다. 벤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했던 범죄자 집단 속에 있으면서도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에게 저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줌으로써 교도소 내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교도소의 변호사라는지위를 통해 무리 내에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교도소 밖에서의 삶은 벤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무리도 없고, 존중받을 수 있는 역사의 순간도 없었다.

벤의 사례는 인간의 지위 욕구와 환경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인생의 밑바닥에서도 인간은 지위를 상승시키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지위를 높이기 위한 생존 방식을 취해서 결국에는 지위를 높여나간다는 사실, 그 지위를 버리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고지론의 관점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인간에게 지위 상승의 욕구가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어느 누구도 낮은 지위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2. sns 속 부족 전쟁 - 온라인 군중과 평판살해


지위 게임은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그렇기에 집단 내에 수용되는 지의 여부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지위 게임은 전쟁 상태로 전환될 때 참가자들 사이의 관계가 끈끈해진다. 예를 들어 sns에서 목표물이 정해지면 그 사람을 희생자로 만들고, 그 사람의 평판을 최대한 제거함으로써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온라인 군중은 희생자를 설득해서 자기네 쪽으로 포섭하려 하지 않는다. 희생자의 지위와 상징을 최대한 제거하려 하고, 가장 이상적인 목표로 평판을 죽이려 한다. 명성의 게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살인 방법이다.

242쪽.


악플로 인해 자살했던 연예인, 유명인들이 떠올랐다. 타겟으로 정해졌던 사람들의 잘못 여부를 떠나 일단 타겟이 정해지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그 사람의 약점, 과거, 신상까지도 파헤치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악플을 달면서 서로 연대한다.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지위 욕구, 지위 게임을 지위의 관점에서 보고 나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인간의 지위 욕구를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는 없을까?


3.  남성, 과대망상, 모욕감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맨헌트 유나바머'라는 드라마를 본적이 있다. 17년동안 우편물 연쇄 테러 사건을 일으켰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이다. 천재적인 테러범 유나바머 테드와 프로파일러 피츠의 숨막히는 대결이 흥미진진했다. 나는 유나바머가 자신의 논문을 신문에 게재하는 장면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부분은 지위게임에서 말하는 지위 욕구의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테드는 그를 거부한 사람들을 공격해서 모욕감을 준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한다. 우편물 테러를 통해 다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게끔 만들고 지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는 결말부분에서 테드의 선택을 보면 더더욱 잘 이해된다.

게임에서 거부당한 사람은 복수의 화신으로 돌아와 치명적인 폭력으로 게임이 다시 겸허히 그에게 관심을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98쪽.

지위게임 책에서는 범죄자들의 유년시절을 살펴보면 수치심과 모욕감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모욕감을 통해 지위 상실을 경험한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켜 지위 회복을 도모한다. 책에서는 엘리엇, 에드와 테드의 사례를 들며 그러한 특징들이 특히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과대망상의 형태를 보이고, 모욕감을 가진 과거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범죄자들이 범죄를 통해 지위의 우위를 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모든 인간이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낄 때 그 지위 상실의 상황을 회복하려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개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곳곳에서 알 수 있듯이 지위게임에서 지위 욕구는 표면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의식 저변에 존재한다. 지위 게임을 간파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4.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 - 지위 게임을 간파하는 일곱가지 규칙


이 책은 인생을 지위게임으로 보는데, 지위로 인한 즐거움은 지위게임의 보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인생의 게임에는 숨은 규칙과 함정이 있다. 집단의 신화와 편견을 믿고, 이야기의 도덕적 영웅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 자신의 지위를 견고히 지켜내기 위해 우리 자신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고, 그것에 합당한 비이성적인 규칙들을 믿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저자는 일곱가지 규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1. 따뜻함과 진심과 능력을 실천하기

2. 작은 명성의 순간 만들기

3. 게임의 위계질서를 이용하기

4. 도덕 영역 줄이기

5. 균형있는 사고 방식 기르기

6. 다르게 살기

7.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모든 사람이 인생의 지위욕구가 있겠지만, 인생을 지위게임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늘 경쟁적이고 긴장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내 지위를 지키기 위해 솔직함을 내비치는 것이 내 지위를 깎아내리는 것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sns에 꾸며진 행복을 보이고, 진짜의 삶을 숨기게 된다. 저자가 제시한 이런 규칙들처럼 균형있는 사고방식을 기르고, 따뜻함과 진심을 실천한다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남보다 우위에 서려고 노력하기 보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5. 마치며


관계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긴장감, sns를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 잘못된 종교와 신념에 빠지는 사람들을 지위욕구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분석해 나가는 방식이 참 흥미로웠다. 인생을 지배게임, 도덕게임, 성공게임으로 분류하고 서술해 나가는 것도 신기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무의식에 깔린 지위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누리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이 책은 도서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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