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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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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만약은 없다, 라고 하면 참.. 당연한 말이다. 역사에도 만약은 없고, 사람의 죽음과 삶에도 만약은 없다. 이 책은 응급의학과 의사의 너무나도, 너무나도 진솔한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저자는 평소에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것을 책으로 담고 싶었나보다.

책은 1부인 죽음, 2부인 삶으로 나누어진다.

"죽음"은 주로(다 그렇진 않다) 자신이 목격한 죽음에 대해 다룬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진솔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체험에는 그리 살갑게 굴지 못하는지,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어있다. 어떤 사건을 목격하면 살을 잔뜩 붙인다. 조금 불만이 컸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역시 고된(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의 일을 생각하면 한 명의 인간으로서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병원에 계속 근무하며 홀로 독서하며 생각한다면 상상과 꿈을 동시에 꿀 수 있을까?

2부인 삶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다룬다. 웃긴 체험도 삶이고, 멋지게 살다 가는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이며, 식물인간이 되어 죽은 채 살아가야 하는 삶도 그렇다. 때론 슬프다. 사람이 죽는다는 게. 과거의 진시황의 바람의 전 인류의 꿈이다. 내가 그 때의 황제여도 매한가지였을 법하다.

다시 한번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종의 블랙 코미디 같이 글이 쓰여 있다.(2부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블랙 코미디는 독자의 격렬한 동의 혹은 격렬한 반발을 일으킨다. 때론 둘다이다. 나에게는 둘 다 있었고, 저자를 이해하며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미워하는 듯 하며 동시에 자신의 직업을 남들에게 내세우는 것은 제 3자의 입장에선 웃긴 일이고, 독자의 입장에선 헛웃음 나오는 일이었다. 작가여서 그런 것인진 모르겠지만 참으로 환자들에게 감정이 많이 생기는 분 같다. 환자에게 생긴 감정을 책에 적어 독자들에게 피식 웃으라며 글을 적는다. 다만 난 하나도 웃지 못했다. 책이 나쁘진 않다. 진솔함을 담은 책 중에 나쁜 책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가식이라면 문제이고, 그것이 거짓이라면 더욱 문제이며, 읽으며 화가 난다면 독자를 걸러야 하는 책인 것이다. 나는 잠재적 구매자로서 큰 잘못을 저질렀다. 내 눈살을 돈 주고 내가 찌푸렸으니 잘못이라면 바로 그것이다. 허나 오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 내가 횡설수설한다고 지금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하기에 그렇다. 다만 나의 진솔함은 이것이며, 이것은 사라지지 않는 기록이 된다.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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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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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롤리타> 속에는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러시아의 대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읽는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1부. 롤리타 소설은 여태껏 존재 여부만을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읽게 되는 것은 처음이네요. 비록 1부만 읽고, 작가나 몇몇 평론가들(아마도 비전공자들)이 써내려간 기록만을 접했지만 이 소설을 편력을 벌써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역겨운 범죄를 동화스레 써내린 기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 작가도 동일하게 이야기했고, 주인공인 험버트의 불일치하는 언행으로도 알겠습니다. 이렇게 판단한 이유 기억에 남는 몇몇을 뽑아서 이야기하자면

  1. 주인공은 스스로를 습관적으로 "가엾은 험버트"라고 명명합니다. 가엾지도 않은 강간범한테 부르는 이름은 그것마저도 과분합니다. 이것은 소설 중 가끔 등장하는 배심원단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2. 돌로레스에게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순결을 빼앗지 않는 것"이라 하며 정당화합니다.(ex. 저는 완벽한 마취 상태에 빠진 어린 알몸만 즐기려 했습니다..) 지금 문제는 순결이 아닙니다. 학대의 기록을 사랑의 기록처럼 포장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습니다.

로마, 기원전, 고대 동양인 같은 억지 사례를 갖다 붙이는 게 망상하며 강간하는 그의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 "님펫" / 님펫은 작 중 주인공인 험버트가 만들어낸 새로운 어휘입니다. 님펫은 님프(Nymph)에서 유래된, 험버트가 만들어낸 단어이며, 님프를 연상시켜 동화적 느낌을 내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페도필리아적인 그 욕망을 동화적 느낌으로 가리려고 한 것에 불과합니다.

1부까지를 보고 주인공에 대해서 가볍게 중간 평가를 내리자면 험버트 험버트는

지성을 가진 악마이며,

사랑과 성욕을 구분하지 못하는 변태이며,

뛰어난 미적 감각을 윤리적으로 전혀 납득되지 못하는 곳에 사용하는 모순덩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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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무라카미 요코 사진,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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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신,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장편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그의 한 문장, 한 문단이 이러한 제 열광의 요인이 됩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조금을 읽고 눈을 감고 내용을 생각하고, "아, 나도 이 사람처럼 멋지게 달려보고, 맥주 한캔을 따 보고 싶다!" 하는 맛입니다. 무거운 주제는 가볍게, 가벼운 주제는 무겁게(길게) 쓰는 그의 능력이 일상의 공감과 더불어 진입장벽을 낮추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당연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도 읽을 만한 멋진 책이나, 예전의 몇몇 자기계발서에서 빌려온 하나의 책에서 최소한 한 가지는 배워가자! 하는 지혜로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도 몇 가지 가져가 보려고 합니다.

가져가는 첫 번째는 버킷리스트입니다. 예? 갑자기 웬 버킷리스트요? 할 수도 있지만..하루키의 경험은 우리에게 버킷리스트를 만들도록 고무시켜 주지 않나요? 어쨌든, 몇 가지를 저의 삼성 노트에 기록하게 됐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출전 후 근처의 식당에서 맥주를 마신다거나, 에.. 더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요. 하지만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인생의 슬픈 일들을 기쁜 일들로 밀어내자는 유튜브 쇼츠를 본 적이 있는데, 팝콘 브레인 운운하며 쇼츠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저도 그러한 멋진 글귀나 교훈에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더라구요,

두번째는 "잘 기억하게. 만일 상대가 자네를 미워했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상대를 같이 미워하지 않는 한, 그들은 자네를 이길 수 없다네."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닉슨 전 대통령이 평소 자주 입에 담았다는 글귀라네요. 음...남들이 저를 얼마나, 또 어떻게 싫어하는지는(혹은 누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남을 질투하고, 때론 싫어하는 나쁜 버릇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부끄러워지네요. 죽은 닉슨이 산 영승을 잡았네요...(웃음)

세번째는 3이자 모두입니다. 그저 하루키의 멋진 마인드를 배우고 싶네요. 여행, 마라톤, 글, 고양이를 즐기는 순수하고 건강하고 단련되고 강인하고 자유분방한 생활. 그를 부러워하고, 내심 존경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루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그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한다면 결국에 첫번째, 두번째 교훈은 의미 없는게 되지 않나..싶어요. 그러나 모든 게 교훈이라면, 저는 최소한 이 책의 문장 수만큼 얻어가는 게 아닐까요? 오늘 밤은 기분이 좋네요. 역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글이 이런게 아닐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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