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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무라카미 요코 사진,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6월
평점 :
에세이의 신,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장편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그의 한 문장, 한 문단이 이러한 제 열광의 요인이 됩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조금을 읽고 눈을 감고 내용을 생각하고, "아, 나도 이 사람처럼 멋지게 달려보고, 맥주 한캔을 따 보고 싶다!" 하는 맛입니다. 무거운 주제는 가볍게, 가벼운 주제는 무겁게(길게) 쓰는 그의 능력이 일상의 공감과 더불어 진입장벽을 낮추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당연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도 읽을 만한 멋진 책이나, 예전의 몇몇 자기계발서에서 빌려온 하나의 책에서 최소한 한 가지는 배워가자! 하는 지혜로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도 몇 가지 가져가 보려고 합니다.
가져가는 첫 번째는 버킷리스트입니다. 예? 갑자기 웬 버킷리스트요? 할 수도 있지만..하루키의 경험은 우리에게 버킷리스트를 만들도록 고무시켜 주지 않나요? 어쨌든, 몇 가지를 저의 삼성 노트에 기록하게 됐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출전 후 근처의 식당에서 맥주를 마신다거나, 에.. 더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요. 하지만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인생의 슬픈 일들을 기쁜 일들로 밀어내자는 유튜브 쇼츠를 본 적이 있는데, 팝콘 브레인 운운하며 쇼츠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저도 그러한 멋진 글귀나 교훈에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더라구요,
두번째는 "잘 기억하게. 만일 상대가 자네를 미워했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상대를 같이 미워하지 않는 한, 그들은 자네를 이길 수 없다네."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닉슨 전 대통령이 평소 자주 입에 담았다는 글귀라네요. 음...남들이 저를 얼마나, 또 어떻게 싫어하는지는(혹은 누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남을 질투하고, 때론 싫어하는 나쁜 버릇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부끄러워지네요. 죽은 닉슨이 산 영승을 잡았네요...(웃음)
세번째는 3이자 모두입니다. 그저 하루키의 멋진 마인드를 배우고 싶네요. 여행, 마라톤, 글, 고양이를 즐기는 순수하고 건강하고 단련되고 강인하고 자유분방한 생활. 그를 부러워하고, 내심 존경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루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그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한다면 결국에 첫번째, 두번째 교훈은 의미 없는게 되지 않나..싶어요. 그러나 모든 게 교훈이라면, 저는 최소한 이 책의 문장 수만큼 얻어가는 게 아닐까요? 오늘 밤은 기분이 좋네요. 역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글이 이런게 아닐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