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관음의 탄생 - 한국 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
김신명숙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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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교다. 어머니 쪽은 기독교, 아버지 쪽은 불교, 그리고 정작 부모님은 천주교 신자이시지만 나는 꿋꿋하게 무교로서 나의 가치관을 정립했다. 내가 신을 믿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절대자를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폭력적인 대전제 때문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구원이나 불신지옥 같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고, 결국 신 자체가 아닌 석가모니라는 한 인간의 가치관을 섬기는 불교가 나와 가장 잘 맞는 종교라는 생각을 해왔다. 훗날 종교를 가지게 된다면 불교일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종교에 반감을 갖게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왜 절대자는, 왜 신은, 왜 종교의 주체자는 남성인가? 종교에서 늘 여성은 주변인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그게 어떠한 종교든, 여성이 배제된 종교는 가질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무리 내가 고려해왔던 불교일지라도 말이다.

페미니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에 흔히 마주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관음의 탄생>이라는 책은 나에게 또 다른 종교에 대한 관점을 열어준 책이었다. 사실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지만, 평생 살면서 ‘관음’의 성별을 남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에게 이 책은 서문부터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중국과 아시아 문화권에서 관음이 여성화 되는 과정들, 신라나 각국의 여신신앙과 관음이 습합되는 과정 등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지워진 여성 관음의 존재가 아쉬웠다. 앞으로 우리가 그리게 될 관음은 어떠한 생김새일까? 어떠한 역할과 믿음을 수행하게 될까? 부디 관음이 여성들이 온전히 공감하고,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존재로서 인정받고, 알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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