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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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내 첫 고향집은 초갓집이였다. 6년 정도를 거주하며 여름 장마철에 빗물이 똑똑 떨어지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빨간 대야를 비 오는 자리에 놓아두었다. 얼른 돈 모아 더 넓은 기왓집으로 이사해야지, 라는 부모님의 다짐 어린 혼잣말을 수없이 들어오다가 드디어 이사간 기왓집은 넓은 앞마당에 장마철에도 끄떡 없었다. 두번째 기왓집에서는 10년 이상을 거주했다. 지금도 내 기억 속의 “내 집”은 초갓집과 기왓집이다.

서울에 오고 나서 10년 사이 이사만 6번을 했다. 독신일때는 직장과 멀지 않는 원룸을 전전했고 결혼 뒤에는 투룸 월세에서 쓰리움 전세로 또 이사를 다녔다. 내 집이 없는 이상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사를 감당해야 할지 몰라 유튜브나 방송에서 아무리 “부동산 재테크”를 외쳐도 난 그냥 우리 가족이 실제로 마음을 붙이고 살 집을 장만하고 싶었다. “투자할 집”과 “실제 오랫동안 거주하고 싶은 집”은 확실히 보는 시선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요즘 부동산 도서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를 읽고 알았다.


책의 저자는 도시를 책처럼 읽어내는 도시문헌학자다. 그때문인지 땅의 가치를 읽어내는 다섯가지 요소로 국가정책, 안보 문제, 재난, 교통, 재개발 등을 꼽는다. 국가정책, 교통과 재개발은 여타의 부동산 책에서 언급이 되었었기에 안보 문제와 재난을 특별히 눈여겨 보게 되었다.

1장 부분에서는 군부대에 대한 언급들을 했는데 집이나 땅을 고를 때 군부대도 고려 요소가 될수 있다는 시각도 그동안 갖지 못했다는 걸 돌아보게 됐다.

한국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당연히 전국 구석구석에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또 북한의 스파이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도록 지도에 여러가지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 투자하려고 할 때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위성사진 모드를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위성사진을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 부분을 녹지라고 넘기지 말고, 구글맵에서 확인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그 근처에 군 부대가 있는지, 개발이 불가능한 급경사지인지, 맹자인지 등을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본 책, 29페이지]

또 책에서는 장및빛 개발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나 서울공항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한국의 지형과 지역, 그리고 부동산 뉴스들을 꼼꼼히 챙겨볼 정도로 어느 정도 부동산 지식에 해박하지 않으면 읽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었던 내용 중에는 접경지역 투자가 여전히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초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모를까 불확실한 남북 교류에 투자는 그만큼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고 한다. 이는 저자가 생각하기에 남북관계는 단기적으로든 중기적으로든 좋아지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삶과 집값을 붕괴하는 재난 위험으로 군대와 공장이 발생시키는 토양, 오염, 공해와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 문제, 지반 침하와 산사태 등 여러 가지 재난 요소를 언급하며 실제 거주할 집을 선택할 때 고려 요소의 폭을 넓혀주었다.

한번 마련한 집은 평생 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삶의 여러가지 변수들은 언제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에서의 삶은 인생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만큼 몇년을 살아도 편안하고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각오로 집에 대한 넓은 견해를 갖고 고르는 탁월한 안목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책은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 읽어볼만한 책이였다.


<이 서평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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