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에게-[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이 책 포함 도합 다섯 권의 책을 출판한 한 작가가 있다. 공식적으로 문단에 등단하지도 않았고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는 않은, 말 그대로 '무명작가'다. 그녀는 매일 메모 앱에 기록하고 블로그에 열심히 끄적었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고 그동안 습작을 해온 경험을 모아 글쓰기 팁을 전수하는 글쓰기 노하우 책도 펴냈다.

이지니 작가의 이야기다.

출판사 몇십곳에 출판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거절을 받자 자체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등 쓰기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덕분에 이제 글쓰기 강의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사실 나는 제목때문에 이 책을 읽기를 결심했다. 말 그대로 무명작가지만 어떤 플랫폼들을 적극 이용하여 다양한 글쓰기를 하였고, 그래서 수익은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인지 등등 현실적인 내용들을 기대했다. 정작 읽어보니 기대는 빗나갔지만 대신 친구가 무명작가로서 어떻게 긍정적인 힘을 잃지 않고 글쓰기를 꾸준히 해왔는지에 대해 수다들 듣는 듯 편한 어조로 술술 읽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나같이 여전히 글을 쓰고픈 어떠한 동기때문에 거북이처럼 뒤뚱뒤뚱 한걸음씩 앞으로 전진하는 글쟁이들에게 이지니 작가가 건네는 위로는 강력했다.

첫 시작만 읽어도 혼을 쏙 빼놓는 매혹적인 문장이나, 초반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거장의 책을 읽으며 숙연해지고 마음이 요동치는 경험도 좋지만 나도 과연, 언젠가는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를수 있을 까 막연한 꿈을 꾸게 된다. 어제 막 등산복을 구매해 입은 등산객이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입을 쩌억 벌리고 산 밑에서 기념으로 셀카 사진을 한장 남기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지니 작가의 글은 그녀 스스로가 책에서 지인의 평을 인용했듯이 작은 언덕같았다. 꾸준히 거북이처럼 뒤뚱뒤뚱,개미처럼 뚠뚠 포기만 하지 않고 써간다면 누구든 오를 수 있는 작은 언덕 말이다.

심장을 파고드는 기막힌 필력은 아니지만, 다리털이 솟을만큼 멋들어진 어휘력은 없지만 뭐 어떠하랴. 내가 경험한 일을 글로 써서 내 글을 읽는 분들께 깨달음과 지혜를,위로와 격려를 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평생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이상 물러서지 않으련다. (16페이지)​

그녀의 소박한 고백이 실상은 그 책을 읽는 나의 고백이고,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가는 수많은 무명 글쟁이들의 고백이 아닐까.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 밤 누워서 폰으로 글을 끄적이고, 생각나는 아이디어는 메모지에 적어놓으며, 괜찮은 책들을 찾아 읽고 위안과 힘을 얻는 중이다. 옆에는 내 글쓰기를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 가끔은 빼앗고 싶은 명문장을 읽으며 기가 죽기도 하지만 금세 나만의 문장을 찾아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야무지게 글을 써내려가는 것,여기까지 나는 이지니 작가님을 닮았다.

이제 책을 쓰고 내 글들이 빛을 보게 하기 위해 그녀와 나사이에 가장 큰 격차는 '용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보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보자. 언젠가, 어떤 문이 열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