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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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충전하느라 안깐힘을 썼다.

종일 집에서 육아하면서 신랑이 퇴근하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렸다가 아기를 떠맡기듯 맡기고 밖에 나가 마라탕을 포장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게 한동안 내 일상의 낙이었다.

그걸 몇 번 되풀이하니 허탈하기도 했다.

이건 충전이 아니라 급한 불 끄기용 허술한 힐링이었다.

힐링과 충전은 다르지.

내가 이해하기에 힐링은 바닥나고 기진맥진하고 스크래치 난 마음을 그 양만큼 채우고 쉬고 고치는 것이라면 충전은 그것을 넘어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 받아 나도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육아하다 스트레스를 받고 힐링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다음날 또 받기를 반복하지 말고 먼저 충전하여  육아 시 그 에너지를 조금씩 소진해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충전을 위해 그렇게 독서를 결심했다.

그리고 어쩌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라는 에세이를 읽게 됐다.

서양화와 미술학을 전공한 저자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책은 그림은 좋아하지만 그림과 관련된 직장은 정작 적응하기 힘든 성향에,육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여러가지 상황들에 둘러싸인 저자가 명화들을 보면서 자신이 부딪친 상황과 자아에 대해 인문학적 성찰과 해석을 하며 충전받는 내용이다.

저자는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또박또박 적어내려가고 그때 위로가 되고 충전이 됐던 그림을 하나씩 소개하는 식으로 글을 구성했다. 사실 나는 뒷부분 그림 소개보다 일기 쓰듯 담백하고 솔직하게 적어간 앞부분 일상 이야기가 더 끌렸다. 공감하고,같이 코끝이 찡해지고, 읽다가 문득 마음에 스며드는 문장들도 여럿 있었다. 이를테면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위로를 가장 원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들쑥날쑥하다.

그의 감정 상태에 따라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한다. 충족되지 않는 사람의 위로 대신 그 자리에 조용히 그림을 갖다 넣는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이근아

맞는 말이다.

사람에겐 기대치 않은 위로를 받는 게 좋고, 필요할 땐 언제든 충전받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대상이 따로 필요하다.

저자가 육아를 하면서 겪었던 우울감과 고충에도 몰입이 잘됐다. “이럴땐 이렇게 하세요”라고 코치하는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저자가 꾹꾹 박아쓴듯한 진심 한줄 한줄이 마음에 위로로 다가왔다.

 

역세권, 학세권, 숲세권

이것은 이 시대 사람들이 가장 가치를 두는

주거 요인이다.

내 집이  그 곳에 있기를 바란다.

세 개 모두 나와는 멀리 있다.

가질 수 없으니 관심 없는 척, 버린 척, 초월한 척 한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이근아

 

 

그냥 인정하고 수긍하는데도 마음이 편해지다니.

다만, 뒷부분 그림 소개로 이어지는 부분은 아쉽게도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미술전공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림에는 흥미가 갔지만 앞부분 현실 이야기와 이어지는 뒷부분 그림 이야기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저자가 주관적으로 충전받은 그림들이니 그럴수도. 따로 떼어 현실 이야기에서 받은 위로와 깨달음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그림은 그림대로 저자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것에 만족하자 싶다.

이제 미술관도 가끔 다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충전 할 수 있는 다양한 전원을 찾아두어 어디든 필요할 때 충전기를 꽂아 나를 듬뿍 충전할수 있게. [끝]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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