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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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7월의 네번째 주에는 김진명 소설가님의 따끈따끈한 신작 [직지-아모르 마네트]를 읽었습니다.

책 두권으로 나뉘어 있어 적은 분량이 아니었음에도 1권에서는 특이한 살인사건을 놓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미스테리를, 2권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생생하고 가슴 뜨거운 역사를 풀어갔던 소설로 가독성과 흡인력이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 읽을 예정이거나,줄거리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몇 개의 키워드로 [직지]를 소개합니다.


서울대 전교수의 해괴한 살인사건

소설은 퇴직한 서울대 언어학과 전형우 교수가 해괴하게 살해당한 사건 현장에서 시작된다. 귓불에서 약 3센티미터 아래 목 부분에 네 개의 가쯘한 송곳니 자국이 나있고,가슴께는 창으로 관통되어 있었다. 워낙 전형우 교수가 조용하고 퇴직 후 별 대외활동없이 서재에서 책만 읽어왔던터라 뚜렷한 살인동기가 없어 형사들이 미제로 보는 중에 현장에 취재왔던 여기자 기연이 이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면서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게 된다.


직지-아모르 마네트 , 교황의 편지

기연은 전교수가 생전에 서원대학교 김정진 교수의 부탁으로 비티칸 비밀수장고에서 발견된, ‘코럼’이라는 나라에(오늘의 한국으로 추정)보낸 교황의 편지를 연구했음을 알게 되고 그렇게 직지의 존재를 알게 된다.

직지,

정확하게는 직지심체요절을 찍은 금속활자로 정식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직지란, 곧바로 가리킨다는 뜻이고 심체란 마음의 근본이란 뜻으로 제목을 그대로 풀면 ‘백운화상이 기록한 마음의 근본을 깨닫는 글귀’가 된다.

원래는 구텐베레크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지가 발견되 후 최소 78년 이상 구텐베레크보다 앞섰다는 사실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세계최초’라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여기던 차에 교황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여차하면 그 편지는 직지가 유럽에 전해져 그후에 구텐베레크의 금속활자로 발전되었을것이라는 주장의 물증이 될 수도 있었다.

이에 김정진 교수는 교황의 편지의 번역을 언어학자인 전교수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살인동기,아비뇽,그리고 카레나

기연은 전교수를 살해한 방식의 특이성과 살인 동기때문에 고민하다가 [살인의 역사]의 저자 이안 펨블런에게 이메일로 자문을 구한다.

답장을 통해 기연은 이같은 살인수법은 중세의 기독교 비밀주의에서 기원한 수법으로 그 전통과 의식이 오랜만큼 이같은 범행은 개인이 저질렀기보다는 어떤 비밀스러운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범인을 외국인일 것으로 막연하게 추측한다.

알 수 없는 끌림으로 기연은 전교수가 직지와 관련하여 대체 무엇을 더 알아내려다가 타살까지 당했을까를 추적하다 “아비뇽에 사는 카레나”라는 실마리를 손에 쥐게 되고 직접 아비뇽까지 찾아가게 된다.



1부에서는 기자 김기연의 시선을 좇아 전교수의 살인사건으로부터 직지의 현재 연구상황, 직지의 비밀과 얽힌 아비뇽에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2부에서는 다소 급진적이긴 하지만, 기연이 ‘카레나’라는 인물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역사를 캐게 되면서 1400년대로 돌아가 그때의 이야기를 풀어헤친다.

조선의 새로운 글자,금속활자,은수

때는 1441년, 세종과 신미대사가 천하의 누구도 모르는 사이 아주 새로운 글자를 거의 완성해가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신미대사의 암자에는 승방을 위장한 주자간이 있었고, 거기에는 양승락이라는 인물이 딸 은수와 함께 세종의 뜻을 받들어 금속활자를 만드는 중이었다.

조선의 새로운 글자가 만들어지면 금속활자로 찍어 백성들에게 배포하여 모두가 글을 깨닫는 세상을 만들어보려는 세종의 큰 뜻이 곧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낀 조선의 벼슬아치들과 명나라 환관 주구의 간섭으로 양승락은 죽음을 당하고 금속활자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영특한 은수는 명나라에 잡혀간다.

명나라에서도 여러번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여러 인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던 은수는 절망적인 순간에 북경에서 두 신부를 만나 그들과 함께 2년간의 긴 여정을 거쳐 로마 북서부에 있는 바티칸에 도착한다.

마인츠에서의 요안네스와 아비뇽에서의 카레나,그리고 쿠자누스와 구텐베르크

은수는 바티칸 궁전에 가서 교황을 만나 금속활자를직접 시범으로 보여주었다.교황은 겉으로는 탄복했으나 가식 너머에는 인쇄술이 발달함으로 인해 누구나 성경을 읽게 됨으로써 자신의 권위가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위기감을 느껴 은수를 저지할 계략을 꾸민다.

이에 은수는 유럽에서 필사업이 가장 발전했다는 마인츠라는 도시에 보내지고 요안네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마인츠에서 금속활자를 펴내려던 은수의 뜻은 교황의 세력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당하게 된다.

이때,함께 금속활자를 만들었던 지인의 도움으로 교회개혁가이자 성직자, 신학자,철학자,교황전권대사인 쿠자누스가 이 일을 알게 되고 은수는 극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쿠자누스는 은수를 아비뇽에 있는 수녀원에 숨기고 이름을 카레나라 지어준다. 그리고 은수의 부탁으로 금속활자기술을 배워 세상에 펴낼 인물로 구텐베레크를 소개해준다. 이렇게 조선의 활자인쇄술은 구텐베레크를 통해 더 정교해진 뒤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같은 1400년대의 한 조선 여인의 활자인쇄술 이야기와 직지,그리고 전교수의 살인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며, 범인은 누구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일목요연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범인의 공개는 큰 매리트가 없었지만 은수라는 여성의 일대기와 같은 이야기와 활자인쇄술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어떻게든 제지하려는 권세가들의 숨 막히는 짓누름에도 끝내는 세상에 펴내고만 깨어있는 자들의 저항이 큰 울림이 있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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