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인간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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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공간혁명이 필요한 시대, 인간과 공간은 어떻게 공진화했는가]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가 약 30만 년 전 지구에 등장해 현세까지 멸종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의식주(衣食住)의 발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털이 거의 없는 인간은 추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옷을 만들어 입었고, 음식은 정착생활과 협업을 통한 농경으로 이어지며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인류의 두뇌 발달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 에너지원이었다. 주거는 처음엔 맹수나 추위 같은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동굴이나 자연 지형을 활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 구조물을 만들게 되었고, 이는 마을과 도시의 형성, 더 나아가 사회조직과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인류의 역사를 '끝없는 공간혁명의 과정'이라 말한다. 공간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으며, 집단의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시간과 공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수평적·수직적 공간 구조를 바꾸었다. 공간의 변화는 권력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던 구조를 깨고, 점차 일반 대중에게 분산되는 ‘공간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지구라트나 피라미드가 소수 권력자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원형경기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고, 교회는 모두를 수용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인류를 이끄는 커다란 흐름 중 하나가 바로 민주화와 보편화이며 공간또한 이러한 흐름을 따라 발전하였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모닥불’을 시작으로, 농업혁명을 가능케 한 쾨베클리 테페, 시공간을 초월하는 도서관, 교회 건축의 종교적 의미, 계급 갈등을 허문 영국의 수정궁, 그리고 현대 문물인 엘리베이터와 자동차가 공간 구조를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짚어간다. 1장부터 15장까지는 인간이 만든 물리적 공간의 진화를 다루며, 이후에는 '인간이 만든 빅뱅'이라 불리는 인터넷 공간, 즉 가상 공간으로의 확장을 다룬다. PC와 스마트폰의 보급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는 사고의 확장을 이끌었다. 공간은 결국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인식의 산물’이며,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기계-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인 ‘스마트 시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집단이 커질수록 개인은 더 쉽게 파편화되며, 사회적 화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공간혁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축학자의 관점에서 건축, 즉 공간의 변화를 통해 인류의 과거를 해석하고, 나아가 다가올 미래에 또 다른 공간 혁명이 필요함을 반추하는 시선이 인상 깊었다. 책의 내용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하나하나 확장되고 서로 연결되며 전개되는 융합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고 셜록현준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쉽게 읽힌다.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회의 거울이며,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무언의 언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공간 인간』을 읽고 나니 일상 속 공간들이 그 자체로 사회의 얼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문득 창밖의 건물을 보니 1층에는 사람들의 허기를 채우는 식당들이 몇개 있고, 2층에는 과체중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헬스장이, 3층부터 7층까지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이 즐비하다. 그 옆의 건물들도 간판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성의 결여, 눈씻고 찾아 볼 수 없는 문화공간의 부재가 아쉽다. 저자의 말대로 25년내에 있을 ‘공간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부디 그 방향이 권력에의 의지가 반영되는 것이 아닌, 모든 인류  ‘행복추구’의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공간혁명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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