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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대학 3학년 때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출간되었다. 문화유적 답사는 역사와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미술사적 지식과 식견을 통해 기술되었던 교수님의 저서는 우리나라 전국토가 하나의 유적으로 보도록 눈을 뜨게해준 흙속의 진주같은 책이었다.
당시 답사를 떠날 때면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 요약한 자료집을 만들었는데, 일일이 손으로 필사한 내용을 워드 작업을 거쳐 도트 프린터로 한 장씩 출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만든 답사자료집과 함께 교수님의 책은 우리에게 더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문화사적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다. 책을 읽고 찾아간 곳은 남도 답사 1번지 해남, 강진, 진도, 순천 지역이었다. 책 속에 나온 유선여관에서의 1박과 누렁이를 만났는데, 책에 나온 지역을 답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흐믓하고 뿌듯했던지…… . 먼 기억이지만 그때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가 출간되고 30여년 만에 출간된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그동안 교수님께 가지고 있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진지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오신 교수님 인생이야기와 책 속의 인물들, 작품들, 그리고 이야기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겪으며 동지애를 느끼며 글이 더 단단해지고 문화를 바라보는 그 깊이 있는 문장에서 큰 울림이 생긴다.
책 앞부분에 소개된 ‘잡초공적비’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여름 시골집으로 가던 중 평창의 600마지기를 들렀는데 나는 잡초공적비가 어디 있는지 자세히 보지도 않고 산 정상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웅장한 소리와 능선으로 겹겹이 반복되는 산들의 모습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같은 곳을 보더라도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그 사람의 식견과 안목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잡초에 대한 애정, 사랑,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 ‘잡초는 지구의 살갗’이라는 말 속에 잡초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
이겸로 선생의 유홍준 교수님에 대한 챙김의 마음을 통해 ‘사람의 온정’은 귀히 여기는 마음을 받았을 때 감동으로 다가온다. 명인은 명인을 알아보는 법이다.
우리 민족의 자부심 『조선왕조실록』을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노력은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중일 문화 비교를 할 때에도 추켜세움 없이 각 나라의 특징이 다르며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움운 특질을 잘 설명해 주셨다.
무엇보다 책의 앞머리에서 ‘한 사람의 지성으로 살아가는 길’을 준비하라고 훈도하신 스승님의 말씀처럼 60년대 후반의 시대적 화두 중 하나인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와 현실 참여에 관하여 고민하고 실천하신 교수님의 일생이 책에 녹아 있어서 좋았다. 세상과 역사, 문화를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신 분, 가히 문사라 할 수 있다. 대중성과 전문성의 조화, 책 속에는 서사가 들어있다. 저항의 시대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람 유홍준을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