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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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글을 읽으면 숨을 쉬기가 힘들다. 목소리 높여  다그치는게 아니라 조용한 말투로 조근조근 속삭이는 것 같은데도 어느 새 조금씩 숨이 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는 내내 깊은 물에 잠긴 채,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흔히 청춘을 아름답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얼마나 잔인한지. 청춘 시기에는 늘 무언가 결핍되어 있고 애타게 찾아 헤매게 된다. 그것이 사랑이든 정의든 돈이든 아니면 스펙이든.  

주인공들은 잔인한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러며 상처와 위로를 주고 받는다. 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건 살아남는 자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과거는 아름다웠다고 포장할 수는 없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처는 상처고 고통은 고통이다. 단지 그 안에서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뿐. 

청춘이 끝난 뒤 돌이켜 보면 누구나 한 가지씩 그 시절에 관련된 그리움과 상처를 끌어안고 산다. 이 소설을 읽으면 잊고 살던 그 상처와 그리움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힘들다. 하지만 소설은 결국 희망을 보여준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인 것이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는 잔인한 시대의 주변부에 있었던 것 같다. 저항의 중심에 뛰어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모른 척 외면하지도 못한 채 그 미안함과 아픔을 간직한 것처럼 느껴진다. 저항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은 오히려 호기롭게 그 시절을 이야기한다.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세월이 있었는지 관심없다.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주변인들만이 오랫동안 가슴에 상처를 품고 부채감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훌륭한 소설에 담아낸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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