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 한다는 것.

이야기해줄까요 -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지현 옮김 / 천문장 / 2017년 5월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힐링책' 이라고 하는 책이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심리학자인 호르헤의 심리치료 이야기를 모은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저런 말은 할 수 있다, 그건 나도 안다! 라는 자만심이 있었다.

단순하고 명료한 표지에 꽂혀서 샀는지

내 마음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홀린듯 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읽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상담을 받는 데미안이 호르헤의 이야기를 순순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점이라는 것이다.

왜? 당신은 왜 그렇게 얘기하죠?

그건 나도 알아요! 라고 끊이없이 이야기하는게 좋았다.

어떤 주제에 대한 심리 선생님과의 밀당을 하는 데미안에 감정이입이 된다.

이 책을 덮었을 때

갑자기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야하는 상황에 놓임에 당황스러웠다.

나의 휴식. 온전한 이해. 현실. 입장. 거짓말. 내 마음의 양면

내가 생각하는 진실에 대한 두려움 등....

그래서 나는 다시 앞 장을 펼쳤다.

그 뒤로 하루에 세 챕터 정도 씩만 읽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마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쓰여진 책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에게 큰 변화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길은 없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인정하기 싫은 모습을 마주해야하는 게 불편했지만

그것 또한 나라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확실히,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있었고

그것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힐링의 책이 아니라, 용기의 책이다.

p127.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의지하고 살아온 거예요. 은연중에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면서 살아온 겁니다. 사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생각을 하도록 계속 배워왔기 때문이죠.
두려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불한 대가는 복종입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우리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을 그대로 따르고 우리의 행동과 생각도 그에 맞춰 복종해왔던 거예요. 하지만 그건 진짜 우리의 모습이 아니니 언젠가는 어긋나게 됩니다.
싱클레어처럼 운 좋게 어느 시점에 온 세상이 등을 돌려 버리면 다른 사람의 기대와 말을 따르려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죠.

p203. 우리는 모두 같은 방식,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어던 면은 매우 크게 발달했지만 또 다른 면은 완전히 불분명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데미안의 지금 상황을 아침 햇살에 깨어나느 것에 비유한거예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우 여러 번 진리를 깨닫고 각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