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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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을 처음 집어들때면 표지와 두께, 무게를 가장 처음 만나게 된다.

책 표지는 아마 복숭아 컨셉이 아니었을까 싶다.

잘 익은 복숭아에서 조금 딱딱하고 설익은 복숭아의 빛에 이르는 그라데이션이다.

두께는 조금 두꺼웠다. 340페이지 정도 되는 페이지수에 당연히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다지 대단한 영화애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가 눈길을 사로잡아 이 책을 펼쳤다.


당신의 작품을 읽기 위해 그 작품들을 봤어요.


이 책을 덮을 때 이 말이 으레 붙이는 수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안심케 했다.


일단 김혜리기자의 글이 참 좋다.

좋다라는 안이한 묘사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참 좋다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는데,

특히 표지의 복숭아빛과 잘어울리는 글빛이었다.

(디자이너가 분명 천재일거다!)


1.저자와 글


  영화에 항상 박한 평가를 내리는 평론가가 있다. 고든 램지처럼 항상 날카롭고 엄격한 인상을 주는 평론가다. 물론 그 평론가나 고든램지나 영화와 요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일테다. 그리고 그런 평론의 자세를 사랑하는 독자가 있다.


  결국 사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자하는 자세의 문제에서, 반대에 위치한 사람도 있다.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야 마는 그런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김혜리 기자는 그 쪽에 어울린다. 결국 영화에 대한 감상이란 그것을 누가 쓰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영화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 영화의 감상, 혹은 평을 누가 썼는가에 따라 그것을 읽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 엄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싶은 사람도 있고 보다 유연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유연한 시각이 적당한 타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김혜리 기자는 어떤 영화의 단점이 보일때조차 그 단점의 긍정적인 이유를 탐색하고자하는 집요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의 매력들은 대체로 김혜리 기자가 영화의 질문들을 이끌어내준다는 점에거 기인한다. 그것이 기자라는 직업과도 잘 어울려서 더 강한 설득력을 주기도 한다. 책의 저자와 글이 잘 어울려야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몰입에도 큰 영향을 주고, 독자로 하여금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게하는 강한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2. 책의 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동력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책을 만들 때는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독자를 격려하는 여러 장치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그게 피같은 돈을 지불하고 책을 사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겠나.


  그 주요한 장치는 바로 책의 모양이다. 책의 꼴(모양)은 '글과의 어울림'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예쁘고 좋은 모양이라도, 그 글의 주는 장점을 잘 표현해내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글의 장점을 잘 살려낸 표지가 예쁘고 좋은 표지다. 그 어울림은 색감과 이미지, 재질의 촉감이 포함되는데, 이 책의 색감은 계절이 변하는 책의 흐름과 글의 분위기와 어울려서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되었다.(후가공도 참 절묘한데, 꼭 한번 만져보시라.)


  예전에 책의 얼굴은 어디인가.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화두를 요약하자면 '책의 얼굴은 책등 아니냐'라는것이었다. 책은 책장에 꽂혀있는 시간이 훨씬 긴데, 그렇다면 결국 책이 가장 많이 보여주는 얼굴은 책등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 대화에 완전히 동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 이후부터는 책등을 한번쯤 살펴보고 책을 사게 되었다. 내 방은 책장빼고 딱히 인테리어랄게 없기 때문에...


  많은 소제목들이 많은 간격으로 끊겨있어서 읽기에 매우 편리했다. 12장으로 나눈 덕에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가지고 다니면서 토막시간에 읽을 수 있는 짧은 꼭지들이 연결되는 책이기 때문에, 세세한 분절이 읽는 편의를 제공해주었다. 또한 각 도비라가 책을 덮은 상태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위치를 찾기도 쉬웠다. 작은 판형으로 만들어 두 권으로 분절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 영화읽기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영알못'들도 이 책을 한번쯤 보길 권한다. 아마 영화가 보고싶을 때, 영화를 고르기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관찰의 시점들은 상당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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