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살고 싶다 - 김경주의 인간극장
김경주 지음, 신준익 그림 / 한겨레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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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어날랐다.

요즘에는 이따금씩 이 책을 생각한다.


"종점까지 환승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한다는 규칙이 창밖을 보는 핀을 핑 눈물돌게 하곤 했다."

(p.74)


이 책의 모든 사람들에겐 인생을 번복할 기회가 없다. 6,665만원의 가계부채, 11.3%의 실업률, 137만 명의 독거노인의 숫자보다 종점에 이를 때까지 버스에서 내릴 수 없다는 것. 한 번 입은 슈트를 더이상 벗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나로 하여금 슬픈 생각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내가 하는 일을 다시는 번복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


좋은 책이었다. 김경주의 유려한 말투가 좋았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좋았다. 그 사람들이 놓치지 않고자 하는 희망이 마음에 들었다. 쓸모있는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숭고함에서는 약자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언덕길에서 굴러내려오는 바위를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번복할 수 없는 인생에서는 그저 견뎌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도 틈만나면 살고싶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사는 것일까. 그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도 어떤 삶이 제대로 된 삶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너무 희망차거나 절망적이다. 이책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좋은 질문을 던져주고 떠났다. 요즘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 책이란 결국 그런 것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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