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지금 가자 - 요즘 젊은이 아들과 한때 젊었던 엄마의 배낭여행 이야기
한옥자.유근남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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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0대의 엄마와 20대 아들이 함께 한 54일간의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여행이야기이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하듯 자식이 커 감에 따라 부모 자식 간에도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다 큰 아들 가진 엄마들은 대부분 아들과 대화할 일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한다. 성인이 된 아들과 엄마 둘이 떠나는 여행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여행 이야기인 이 책이 더 기대가 됐다.


저자는 아들과 여행을 하는 동안 그녀의 어린 시절 가난과 배고팠던 이야기부터 아들을 낳기 전 이야기, 출산, 그리고 아들의 어릴 적 이야기까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들은 본인이 피아노 학원을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는 기억에도 없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이면에 깔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믿음도 느끼게 된다. 또한 아이가 약을 먹은 뒤 등을 쓰다듬어 준 행동을 아들은 엄마가 때렸다고 오해 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이들의 여행 또한 계획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다낭으로 가기 위해 탄 버스는 한밤중에 목적지에서 13km나 떨어진 곳에 모자를 내려놓는다. 이들에게 달려드는 오토바이 중 한 대의 오토바이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때 배낭 윗부분에 넣어둔 과도와 양산으로 무장하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식을 보호하고자 하는 용감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깨 통증으로 힘들지만 자식이 보고 싶어 하는 불 쇼를 보기 위해 기꺼이 몸을 일으키기도 한다.

추운 겨울 솜이불 속에서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으로 몸을 녹이며 추위와 싸웠던 기억을 간직한 작가는 ​
아들이 처음 어딜 갈 것인가 물었을 때 바로"동남아"를 선택했다. 하지만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와의 싸움은 녹록하지 않았다.
수 십 일 동안 이어지는 배낭여행은 상상보다 힘들고 매일매일이 즐거움의 연속일 수는 없다.
저자는 특히 베트남에서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고, 향신료가 강한 현지 음식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 탓에 제대로 먹지 못하며 무더위와 싸워가며 여행을 이어간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뜻밖의 불쾌하고 힘든 일도 경험하고, 몸은 지쳐가며 포기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계획대로 여행을 마친다.

그리고 1년 뒤 모자는 다시 미얀마로 여행을 떠난다. 두 번째 배낭여행이라 훨씬 여유롭다.
여행을 마치고 아들은 세 번째 여행을 계획한다.


* 불편했고, 고통스러웠고 험했던 여행이다. (중략) 예상보다 더 많이 힘들었고 그만큼 마음도 뿌듯했다. (중략) 여행했다고 하지 않았다고, 삶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p444
*여행은 완전한 미지의 세계를 행해 떠났다가 불완전한 미래로 돌아와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행위 (중략) 여행에서 돌아와도 현실은 늘 그대로이고 (중략) 그러나 여행 경험이 세포 분열이 되어 작은 추억도 크게 쌓다 보면 시공을 초월해 떠나는 평생 여행권을 가진 것이다. (중략) 특히 자식과 함께 한 시간을 살그머니 꺼내서 나 혼자 회상하는 일은 감춰두고 몰래 보는 보석과 같았다. p 446~447
 

이 책의 저자 한옥자님은 초등부 백일장에 큰아들 보호자로 따라갔다가 일반부에 입상한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문예한국 신인상을 받았으며, 전국 주부 편지 글쓰기 등 다수 입상한 경력자 답게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시처럼 아름답게 표현하여 책을 읽는 동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들의 여행지 중 태국과 베트남은 나도 가본 곳이라 내가 가본 곳 이야기와 사진이 나올 때면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태국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라 4번 다녀왔는데, 나의 첫 태국 여행은 엄마와 함께 둘이 떠난 여행이었다.
엄마는 그 이후 여러 번 친구분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오셨지만, 나와 함게 했던 태국 여행이 가장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결국 그때의 태국 여행이 엄마를 모시도 떠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돼버렸다.
책을 읽으며 엄마를 모시고 다녀왔던 태국 여행 그리고 딸과 둘이 떠났던 두 번의 유럽 여행 등 나의 좋은 추억들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모자의 세 번째 여행 이야기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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