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우 - EP 2집 Anti ego - 패키지 슬리브+접지 포스터(1종)+렌티큘러 카드(1종)+가사 카드(6종)+스티커
하현우 (국카스텐)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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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는 2016년 대중성을 확보한 하현우가 팬서비스 차원에서 낸 것이라면, 이번 앨범은 음표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 고치고 또 고치며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대는 이미 날개가 돋은 듯 한데... 팬들에게 '누구도 되지 않아도 될 수 있게' 위로와 희망도 전하고... 이번 앨범 결과물이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는 <이타카>보다 더 맘에 든다. (<이타카>가 별로라는 뜻이 아니니 오해 말길)   

<Back>의 가사와 같은 상황을 겪어서.... 그동안은 업계의 동지라 생각해서 나와 같지는 않아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음을 현타를 느낄 정도로 겪어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 사람을 의지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정말 고민 많이 했었는데, "알지 못하는 계절이 와도" "떠밀려오는 차가운 파도도" 여전히 "너"라고 부른다는 가사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연에서 앨범 수록곡을 라이브로 들려 줬다는데... 정말 환상적이었겠지...? (코로나에 걸려 가지 못했다. 미각, 후각을 다 잃은 상태라.... 공연하는 사람이든 공연을 가는 사람들이든 부디 모두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이 병을 피해가길.)

음반 시장에서 음원 시장으로 체제가 전환된 후, 가수들이 CD를 찍으면 찍을수록 손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음반을 내줘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고맙다. 당분간 라이브를 직접 들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밴드 앨범이 나오면 그 앨범으로 또 견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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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북마크 - 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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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보노보노 좀 다시 내 주소! 다들 이리 원하고 있는데.... 재입고 되면 저도 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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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CHANGE
이엔이미디어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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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까레이스키 3세로 홍보하려고 하지만... 가장 러시아적인 정서를 대중음악에 녹여낸 사람같다. 락밴드 키노의 리더이자 보컬을 담당한 빅토르 최는.

 

1980년대 전자기타 하나 구하기 힘들어 통기타로 녹음한 키노 밴드의 첫 앨범 <45>,

한국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고서 구해 들었을 때, 특이하기는 한데 락밴드 치고는 사운드가 너무 소박해서....

한국에 정식 라이센스를 맺고 들어온 이 앨범에는, 1985년 이후 키노가 각 포지션을 정식으로 다 확보한 뒤에 양산한 히트곡을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다.

리듬, 멜로디 구성, 악기 사운드가... 당연히 1980-90년대 영미권 로큰롤에 비해 많이 뒤쳐지는데...

그런데 이렇게 좋을수가! 말도 못 알아듣는 러시아어인데, 어떻게 곡이 이렇게 좋게 들릴 수가 있을까? 

'브리콜라주' 원주민들이 별 연관도 없는 재료들과 도구를 가지고, 이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상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칭한다고 하는데, 빅토르최의 이 앨범이 그 실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 너무 독창적이야...!

 

20대에 가사 쓴 내용도 참...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에도 이것이 느껴질 정도이니, 러시아인들이 그렇게 빅토르 최를 잊지 못하는 것도 한편 이해가 된다.

그리고 빅토르 최가 이렇게 가사를 잘 쓴다는 것을 알아봐준 당시 (백인) 소비에트 락커들도,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힘든 세상을 살아갔겠지만, 어떤 점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참 좋은 시절이지 않았을까?

 

레닌그라드 러시아 백인 사회에서 자라느라 얌전했고(얌전하긴 개뿔! ^^ 요즘 유튜브에 당시 러시아인들이 캠코더로 찍은 라이브공연- 공동 아파트 단지 내 공터에서 공연한 것이 당시 소비에트 락밴드의 라이브 공연이었다고 함- 을 보니, 야하게 춤도 추고 끼가 대단하더만.

"빅토르, 당신 자체가 너무 강렬하니... 야한 막춤은 자제를.... " ^0^)

소비에트 사회에서 비주류로 사느라 책을 벗삼아 자랐다던데...오늘날 러시아 꼬마애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때 꼭 한번씩은 들고 나오는 곡들을 남겼으니... 참.... ^^ 

 

예술가들은 남겨놓은 작업들뿐 아니라 그 인생 스토리와 함께 보면, 정말 마술사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유튜브에 당시 동영상 올리는 모든 키노의 팬덤들, 화이팅! ^^ (모두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댓글을 달아서 그렇지, 당신들 덕분에 직접 기타치면서 노래 부르는 빅토르 최를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오~* ^^ ) 아... 진짜 너무 멋져!! <고요한 밤> <슬픔> 라이브 부를 때 중저음... 진짜 홀딱 반할 정도...

 

(*그리고 유튜브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1988년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고 해서 그 즈음에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만들어놓고 거리 공연에서는 이미 불렀다는 점. 아니...? 도대체 그럼 곡을 1년에 몇 개씩 만든 것일까...? 첫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한참 거리 공연하다가 간신히 데모 앨범식으로 냈다고는 하던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감안해도, 1982-1990년까지 1년에 하나씩 정규앨범을 낸 셈이던데... 계속 곡이 지속적으로 창작이... 되나? ^^(물론 인기곡은 4-5곡 중복되지만, 그래도 신곡이 기본 8-9곡이 된다는 점...) 진짜 세상에 와서 짧은 시간에 할 거 다 하고 간 사람...)

 

*궁금한 것이... 당시 소비에트 녹음 시설 문제인가...? 1988년 앨범에 수록된 <고요한 밤>은 그렇게 중저음이 두드러지지 않은데, 유튜트 라이브를 보면, 거 참, 완전 중저음으로 부르던데...(그것도 1시간 내내) 다행히 한국에서 파는 이 앨범에는 빅토르의 중저음이 잘 드러나긴 하지만.

에효, 현재와 같은 좋은 음향시설에서 한 3곡만 제대로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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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 Echoes for PyeongChang
에브리 싱글 데이 (Every Single Day) 외 노래, 양방언 작곡, 데파페페 (D / 지니(genie)뮤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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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예전부터 아버지께 바치는 고국의 노래를 준비 중이라고 하시더니...

평창올림픽 음악 총감독을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딱 올림픽 전에 음반을 낼 것이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오차없이 기간 맞춰서 발매! ^^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은,

드디어 한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출연하는 보컬, 권송희의 목소리가 담긴

<정선아리랑>을 소장하게 된 것!

유튜브에서 권송희 소리꾼과 억새가 만발한 언덕에서 같이 한 공연을 보고,

홀딱 반해서 권송희가 부른 판소리까지 뒤져봤으나.....

권송희 씨가 현대적으로 해석한 <심청가>를 부른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인당수'와 '영결'만 음원사이트에서 다운받아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권송희의 소리에 반해서 소장했으나... 사실 내용이 일종의 '초혼'이라...

평소에 즐겨 듣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 ^^;;)

 

아잉.... 권송희와 양방언이 맞춘 <정선 아리랑> 너무 좋아....^0^

(트랙 8번, 13번입니다.)

권송희 씨, 앞으로도 다양한 판소리 작품을 선보여 주시기를~*

(기왕이면 CD내주시면... 나는 음원보다 CD가 좋은뎁..... 한국에선 수익문제로 좀 그러신...가요?)

 

바버렛츠... 유투브에서 우연히 인디음악 모음을 듣다 알게 된 가수...

양반언의 장점은, 본인이 직접 다양한 음악을 듣고 알아서 잘 섭외해서 대중에게 소개해 준다는 점...? ^^

이번에도 오시오 코타로, 데파페페 같은 일본 연주가들의 멋진 곡도 들어있고...

(참... 일본과 역사문제만 잘 풀린다면... 정말 좋겠구만... 거 참, 그 동네 정치판은 답이 없고...)

 

2번 트랙에 하현우가 부른 <정선 아리랑>이 수록되어 있는데....

역시 하현우는... 좀 이상한 가수...

왜냐하면 라이브가 더 좋다는....^^

2016년 양방언 유토피아 공연에서 부른 <정선 아리랑> 버전과는 약간 다르던데,

음, 뭐, 편곡은 나쁘지 않은데.... 사실 실제로 듣는 것이 더 낫다는....^0^

(너무나 강렬해서...거 참, 그 목소리의 잔상이....^0^)

혹 국카스텐 팬들 중 이 곡 때문에 음원을 구해서 듣고 싶어할 수도 있겠지만,

(공연에서 하현우도 '아리랑으로 음원을 내실 거죠?' 이렇게 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 음원보다 CD가 대세인 곳이 유일하게 일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데 익숙한 양반언씨는... 당시 하현우가 하는 말의 속뜻을

잘 이해 못한 것 같았었다. 당시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약간 주저하면서 "....네에...."

하고 반응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양방언 인터뷰와 기타 일본 음악시장의 환경을 틈틈이 살펴본 나로서는,

"아뇨. 하현우씨, 그거 아니고, 아마 CD로 내실 거에요." 속으로 그랬었는데... ^^;

여튼 앞으로도 계속 이 음반이 음원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국카스텐 팬들은 너무 섭섭해 하지 마시고, 위와 같은 상황을 이해해 주시기를.

 

평창올림픽이... 뭐 개최되는 과정이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나 기타 등등

이전 정권과 연계되어 말이 많기는 하지만,

여튼,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 아니고,

그 핑계로 <정선아리랑>을 다양하게 해석해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음반에 참여하신 모든 아티스트들, 감사합니다. 내가 음악 전공자도 아닌데 '아리랑'을 듣겠다고 CD를 다 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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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이 그려낸 꿈의 궤적
양방언 지음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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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boundary being)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재일교포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도 쭉 관련도서를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재일 동포’ ‘재일 교포’ ‘자이니치에 관한 글들은... 사실 목차만 확인하더라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차마 찾아서 읽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2016)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양방언 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내친 김에 이 책(<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시공사, 2010년 출판))을 읽고, 그의 20주년 콘서트(113일 목요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저녁 8)도 직접 보게 되었다.

 

사정상... 공연 마지막까지 못 본 것이 천추의 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집으로 오는 도중에 차가 끊겼을 것이다.

(가수의 콘서트조차 딱 1, 그것도 SG워너비 원년 멤버(리더가 안 좋은 결심을 하기 전의 그 본래 멤버)의 공연만 본 나로서는, 콘서트가 120분 예정이라 하더라도 가수나 연주자들이 팬 서비스 상 몇 곡을 더 연주하기도 한다는 사실조차... 이번에야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2시간 20분으로, 원래 예정보다 20분을 더 연주했다고 한다.

마칠 때까지 앉아 있었으면... 나는 그날 집에 못 왔다.(덕분에... 양방언의 기타 연주를...못 보고 날렸다...)

역시 다른 사람들의 가수 콘서트(특히 저녁 공연) 후기를 보니, 같은 지역에 사는 팬들끼리 미리 콜밴을 예약해두고 공연을 보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 대중가수들은 2시간 예정이라 하더라도 앵콜하고 뭐 하고 하면, 3시간 넘게도 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난 이제야 이 사실을 알다니!!! 책만 읽을 게 아니라, 공연도 좀 보러다녀야... 뭐 매너도 대처도 알고 하지...)

 

양방언의 20주년 콘서트는, 연주도, 무대세트도, 조명도, 합을 맞춘 연주자들, 가수들 모두 환상적이었다. 정말이지환상적이라고 밖에그 외 어떻게 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워낙에 프로이고 베테랑이니까 원래 기본 무대가 이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참관 후기를 보더라도, 이만한 퀄리티의 공연이... 한국에서 많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비교대상을 상정할 만큼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지 않아도, 훌륭한 공연은 역시 그냥 느낌으로도 ~! 좋다좋다 하지만, 음반으로도 충분히 그의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 정도나 되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본인 책에서 소개했던 오랜 친구들(이번 공연의 드럼 연주자, 기타 연주자, 베이스기타 연주자- 20대의 양방언이 의학과 음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쭉 곁에 있어줬던, 양방언이 음악 활동을 할 때는 같이 연주하러 다니고 일거리를 소개시켜 주었고, 양방언이 다시 의학 공부를 하러 작별 인사를 하고 잠시 떠나 있을 때도 묵묵히 응원했던 음악 친구들), 일본에서 사회적 소수자 출신인 친구(양방언)20주년 콘서트를 위해 한국까지 와서 함께하는 모습은 정말 유토피아라는 공연 타이틀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의 음악 세계가 다양한 악기 소리와 민족적 색채가 강한 음악들도 잘 조화시킨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들판의 꽃들처럼 잘 어울리는이러한 음악을 직접 듣고 나니, 공연장을 나설 때는 한 차례 영혼을 씻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두말 할 필요 없는 연주나 양방언의 유머뿐만 아니라, 공연의 구성 자체가 후반부로 갈수록 제주도 해녀들 얘기를 다큐로 만든 <물숨>OST, 2020년 도쿄 패럴림픽 기념 다큐 <Who I am> 삽입곡(- 사실 나는 이 공연에서 처음 들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가 추구하는 유토피아의 구성원들이라고 할까 구체적인 양상이라고 할까 하는 것들을, 음악을 통해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나는 그의 이러한 마인드 자체가 좋았다.

단순히 겸손이라기보다 자칫하면 더욱 폭풍같이 보냈을 청년기(‘자이니치로서 말이다), 좋은 영향을 끼쳤던 수많은 사람들이 - 부모·형제뿐 아니라 일본인 교사들과 일본인 친구들 - 준 자양분 덕분에 이러한 마인드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부럽고 인상적이었다. 그의 똑똑함과 다재다능함보다는. ^^

(양방언이 동네 학원을 졸업하고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던 시기에, 도쿄대 음대 교수에게서 배웠다는 내용이 책에서 나오는데, 그 도쿄대 교수가 예비 음대생도 아닌 양방언 같은 학생을 가르치게 된 계기가,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도쿄대 같은 명문대학에서 (아마도) 훌륭한 음대교수가 (아마도 일본) 최고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제도권 내에서 음악인들을 가르치고 양성하는 것에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회의감을 느껴서, 음악에 재능 있는 비전문가 학생들도 가르쳐보고 싶어서 양방언 같은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르쳤다고 하는 내용이 책에서 나온다. 그런 학생들 중 한 명이 양방언이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지금쯤 그 도쿄대 교수는 양방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교육이란 학교 안에서만 하는 그런 게 아니었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은 모든 것이 소위 제도권 교육을 거치지 않으면 인정 자체 아니 활동 자체가 안 되는 사회이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음대·미대·체대는.... 에효...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나는 블로그가 따로 없으니, 기왕에 공연 얘기를 조금 더 적고 싶다.

중간에 게스트로 나온 국카스텐 하현우가 부른 <정선 아리랑>, 창을 오랫동안 배워온 국악인을 제외하고 과연 저 노래를 저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 <물숨>에서 노래 파트를 담당했던 권송희의 허밍 소리는, 국악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밴드의 악기소리와 상당히 잘 조화되었다. 마치 그녀의 허밍 소리 자체가 밴드의 한 악기처럼. 그래서 해녀가 헤엄치는 화면 배경과 어울려 곡이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으로 들렸다. <육룡이 나르샤>의 '하날히 달애시니'에서 허밍을 넣은 이봉근처럼, 권송희 역시 젊은 국악인인 듯.)

 

하현우라는 가수가 노래 잘한다는 것은 2016(상반기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통해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되었지만, 내가 직접 들어본 결과 사실 놀람정도가 아니라 경악(!)’ 했다. 락커들이 마이크를 터지게 한다(?) 스피커를 터지게 한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안 믿었다.

하지만....이보시오, 하현우 씨. 113일 밤에, 당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앰프(?), 마이크(?) 날려버리는 줄 알았소!! (물론 날렸다 하더라도... 양방언 씨가 물어줬겠지만. ^^)

다른 사람의 후기에, 양방언 밴드의 소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라고 - 그래서 살짝 조화롭지 못하고 넘친다고 표현했지만 youtube에서 왜 하현우의 노래를 직접들어봐야 한다며 댓글들을 썼는지, 2곡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체감되었다.

쩝... 내가 아는 한에서, 분명히... 2016 하반기에 많은 라이브 콘서트를, 그것도 쉼 없이 다니고 지쳐서... 아마 실제로는 기대만큼 아닐 거라고... 그렇게 예상했었는데... 이건 뭐...

(참고로, 양방언씨가 국카스텐 초기에 맛있는 거 사줄 때, ‘라면(이때 잘 안 들렸는데, 분명 양방언 왈: , 라면 같은 거 사준 거 아니에요.’라고 했던 것 같다. ^^)’ 같은 게 아니라, 하현우 말에 의하면 국카스텐이 차비도 없던 시절에 맛있는 거 많이 사주셨는데, 멤버들이 고기 먹느라고 선생님 얼굴도 안 쳐다보고 (허겁지겁) 먹었다.”... ^0^)

이제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특히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콘서트다 공연이다 직접 못 가시는 국카스텐 팬들도 많아진 것으로 아는데, 세월이 더 가기 전에, 그 분들에게도 하현우의 노래를 꼭 직접들을 기회가 생기기를.

(한국사회의 수준이, 놀지 않고 어쨌든 꾸준히 돈을 벌고 있으면,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공연장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직접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는 있는, 그런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다.

나 개인적으로는, 국카스텐의 어쿠스틱 공연을 '직접' 가서 들어보고 싶긴 하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3집 내고 그러느라 어쿠스틱 공연은 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다시 양방언으로 돌아가서, , 사실 이 책에는 경계인으로서의 양방언의 고뇌와 좌절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이런 부분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런 문제는 차라리 더 하층 계급의 - 내가 말하는 하층은 단지 경제적인 측면·교육적인 환경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 굴곡진 삶을 산 재일교포의 수기를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양방언이라는 재일또는 자이니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형제·자매가 의사여서, 그가 남들보다 똑똑한데다가 음악적 재능까지 있어서가 아니다.

차별받고 미래설계가 불리한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섭렵할 수 있었던 양방언 집안의 단란한 가정 분위기(형과 누나들의 음악 취향 및 재능 자체도 양방언 못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책 내용에 의하면), 일본인만큼 일본말이 되지 않아서 일본인 교사와 친구들에게 노골적인 차별을 받기는 했지만, “이봐, 우리 같은 일본인도 있어.”라고 곁에서 학업을 도와줬던 우호적인 일본인 친구들(책에서 양방언은 의사고시 합격까지, 일본인 친구들에게서 받았던 도움, 자신이 선택했던 길목(음악·의학)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대해 반복적으로 빠트리지 않고 적고 있다.)을 통해 느낀 아주 작지만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인간적 온기(溫氣), “, 지금과는 다른 음악을 할 거 같아.”라며 젊은 청년의 작은 재능에도 관심을 보였던 일본 대표가수와의 인연 등등, 보통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중의 하나만 접해도 삐뚤어지지 않는 법(^^)인데... 이 사람은 무슨 복을 타고 났길 래(^^), 이 모든 것을 다......

내가 말하는 운이 좋다는 뜻은 바로 이런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재일교포들 사이에서의 어떤 '사상적 문제'라든지 '조국관'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양방언 부모님 세대를 추적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양방언 아버지는 조총련계, 어머니는 민단계 집안이었다는데.... 알고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셨으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분 양방언 씨, 생긴 것은 전형적인 모범생이지만 은근히 딴 짓을 많이 한...^^ 조총련 학교를 다니며 로큰롤을 들었다니... 당시 분위기로는 선생님께 한 대 맞을 만도 했다는...^^;)

  

양방언이 자리 잡은 터가 음악이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재일’ ‘자이니치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고, 한일 간의 문제는... 역사뿐 아니라 현실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방언과 그의 친구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그래도 우리는 어떤 유토피아같은 것을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2016년 온 대한민국이 어지럽고, 개인적으로도 복잡하고 착잡한 문제에 얽혀있는데

그의 공연 덕분에 잠시나마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 사족으로서, 양방언이 공연료를 책정하는 데 어떤 의견을 피력하는지 어떤지 궁금하다. 생각보다... (그리고 공연의 퀄리티에 비해 - 이 생각은 201620주년 콘서트를 다녀와서 블로그에 글을 남긴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공연료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20주년이고 구성이 더 풍부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팬들이 예전에 관람했던 공연의 후기를 보면, 훨씬 더 저렴한 공연료를 받고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 런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을 들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면...이후에도 쭉 양방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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