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이 그려낸 꿈의 궤적
양방언 지음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경계인(boundary being)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재일교포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도 쭉 관련도서를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재일 동포’ ‘재일 교포’ ‘자이니치에 관한 글들은... 사실 목차만 확인하더라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차마 찾아서 읽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2016)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양방언 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내친 김에 이 책(<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시공사, 2010년 출판))을 읽고, 그의 20주년 콘서트(113일 목요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저녁 8)도 직접 보게 되었다.

 

사정상... 공연 마지막까지 못 본 것이 천추의 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집으로 오는 도중에 차가 끊겼을 것이다.

(가수의 콘서트조차 딱 1, 그것도 SG워너비 원년 멤버(리더가 안 좋은 결심을 하기 전의 그 본래 멤버)의 공연만 본 나로서는, 콘서트가 120분 예정이라 하더라도 가수나 연주자들이 팬 서비스 상 몇 곡을 더 연주하기도 한다는 사실조차... 이번에야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2시간 20분으로, 원래 예정보다 20분을 더 연주했다고 한다.

마칠 때까지 앉아 있었으면... 나는 그날 집에 못 왔다.(덕분에... 양방언의 기타 연주를...못 보고 날렸다...)

역시 다른 사람들의 가수 콘서트(특히 저녁 공연) 후기를 보니, 같은 지역에 사는 팬들끼리 미리 콜밴을 예약해두고 공연을 보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 대중가수들은 2시간 예정이라 하더라도 앵콜하고 뭐 하고 하면, 3시간 넘게도 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난 이제야 이 사실을 알다니!!! 책만 읽을 게 아니라, 공연도 좀 보러다녀야... 뭐 매너도 대처도 알고 하지...)

 

양방언의 20주년 콘서트는, 연주도, 무대세트도, 조명도, 합을 맞춘 연주자들, 가수들 모두 환상적이었다. 정말이지환상적이라고 밖에그 외 어떻게 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워낙에 프로이고 베테랑이니까 원래 기본 무대가 이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참관 후기를 보더라도, 이만한 퀄리티의 공연이... 한국에서 많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비교대상을 상정할 만큼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지 않아도, 훌륭한 공연은 역시 그냥 느낌으로도 ~! 좋다좋다 하지만, 음반으로도 충분히 그의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 정도나 되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본인 책에서 소개했던 오랜 친구들(이번 공연의 드럼 연주자, 기타 연주자, 베이스기타 연주자- 20대의 양방언이 의학과 음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쭉 곁에 있어줬던, 양방언이 음악 활동을 할 때는 같이 연주하러 다니고 일거리를 소개시켜 주었고, 양방언이 다시 의학 공부를 하러 작별 인사를 하고 잠시 떠나 있을 때도 묵묵히 응원했던 음악 친구들), 일본에서 사회적 소수자 출신인 친구(양방언)20주년 콘서트를 위해 한국까지 와서 함께하는 모습은 정말 유토피아라는 공연 타이틀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의 음악 세계가 다양한 악기 소리와 민족적 색채가 강한 음악들도 잘 조화시킨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들판의 꽃들처럼 잘 어울리는이러한 음악을 직접 듣고 나니, 공연장을 나설 때는 한 차례 영혼을 씻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두말 할 필요 없는 연주나 양방언의 유머뿐만 아니라, 공연의 구성 자체가 후반부로 갈수록 제주도 해녀들 얘기를 다큐로 만든 <물숨>OST, 2020년 도쿄 패럴림픽 기념 다큐 <Who I am> 삽입곡(- 사실 나는 이 공연에서 처음 들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가 추구하는 유토피아의 구성원들이라고 할까 구체적인 양상이라고 할까 하는 것들을, 음악을 통해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나는 그의 이러한 마인드 자체가 좋았다.

단순히 겸손이라기보다 자칫하면 더욱 폭풍같이 보냈을 청년기(‘자이니치로서 말이다), 좋은 영향을 끼쳤던 수많은 사람들이 - 부모·형제뿐 아니라 일본인 교사들과 일본인 친구들 - 준 자양분 덕분에 이러한 마인드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부럽고 인상적이었다. 그의 똑똑함과 다재다능함보다는. ^^

(양방언이 동네 학원을 졸업하고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던 시기에, 도쿄대 음대 교수에게서 배웠다는 내용이 책에서 나오는데, 그 도쿄대 교수가 예비 음대생도 아닌 양방언 같은 학생을 가르치게 된 계기가,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도쿄대 같은 명문대학에서 (아마도) 훌륭한 음대교수가 (아마도 일본) 최고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제도권 내에서 음악인들을 가르치고 양성하는 것에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회의감을 느껴서, 음악에 재능 있는 비전문가 학생들도 가르쳐보고 싶어서 양방언 같은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르쳤다고 하는 내용이 책에서 나온다. 그런 학생들 중 한 명이 양방언이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지금쯤 그 도쿄대 교수는 양방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교육이란 학교 안에서만 하는 그런 게 아니었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은 모든 것이 소위 제도권 교육을 거치지 않으면 인정 자체 아니 활동 자체가 안 되는 사회이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음대·미대·체대는.... 에효...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나는 블로그가 따로 없으니, 기왕에 공연 얘기를 조금 더 적고 싶다.

중간에 게스트로 나온 국카스텐 하현우가 부른 <정선 아리랑>, 창을 오랫동안 배워온 국악인을 제외하고 과연 저 노래를 저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 <물숨>에서 노래 파트를 담당했던 권송희의 허밍 소리는, 국악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밴드의 악기소리와 상당히 잘 조화되었다. 마치 그녀의 허밍 소리 자체가 밴드의 한 악기처럼. 그래서 해녀가 헤엄치는 화면 배경과 어울려 곡이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으로 들렸다. <육룡이 나르샤>의 '하날히 달애시니'에서 허밍을 넣은 이봉근처럼, 권송희 역시 젊은 국악인인 듯.)

 

하현우라는 가수가 노래 잘한다는 것은 2016(상반기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통해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되었지만, 내가 직접 들어본 결과 사실 놀람정도가 아니라 경악(!)’ 했다. 락커들이 마이크를 터지게 한다(?) 스피커를 터지게 한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안 믿었다.

하지만....이보시오, 하현우 씨. 113일 밤에, 당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앰프(?), 마이크(?) 날려버리는 줄 알았소!! (물론 날렸다 하더라도... 양방언 씨가 물어줬겠지만. ^^)

다른 사람의 후기에, 양방언 밴드의 소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라고 - 그래서 살짝 조화롭지 못하고 넘친다고 표현했지만 youtube에서 왜 하현우의 노래를 직접들어봐야 한다며 댓글들을 썼는지, 2곡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체감되었다.

쩝... 내가 아는 한에서, 분명히... 2016 하반기에 많은 라이브 콘서트를, 그것도 쉼 없이 다니고 지쳐서... 아마 실제로는 기대만큼 아닐 거라고... 그렇게 예상했었는데... 이건 뭐...

(참고로, 양방언씨가 국카스텐 초기에 맛있는 거 사줄 때, ‘라면(이때 잘 안 들렸는데, 분명 양방언 왈: , 라면 같은 거 사준 거 아니에요.’라고 했던 것 같다. ^^)’ 같은 게 아니라, 하현우 말에 의하면 국카스텐이 차비도 없던 시절에 맛있는 거 많이 사주셨는데, 멤버들이 고기 먹느라고 선생님 얼굴도 안 쳐다보고 (허겁지겁) 먹었다.”... ^0^)

이제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특히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콘서트다 공연이다 직접 못 가시는 국카스텐 팬들도 많아진 것으로 아는데, 세월이 더 가기 전에, 그 분들에게도 하현우의 노래를 꼭 직접들을 기회가 생기기를.

(한국사회의 수준이, 놀지 않고 어쨌든 꾸준히 돈을 벌고 있으면,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공연장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직접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는 있는, 그런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다.

나 개인적으로는, 국카스텐의 어쿠스틱 공연을 '직접' 가서 들어보고 싶긴 하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3집 내고 그러느라 어쿠스틱 공연은 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다시 양방언으로 돌아가서, , 사실 이 책에는 경계인으로서의 양방언의 고뇌와 좌절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이런 부분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런 문제는 차라리 더 하층 계급의 - 내가 말하는 하층은 단지 경제적인 측면·교육적인 환경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 굴곡진 삶을 산 재일교포의 수기를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양방언이라는 재일또는 자이니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형제·자매가 의사여서, 그가 남들보다 똑똑한데다가 음악적 재능까지 있어서가 아니다.

차별받고 미래설계가 불리한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섭렵할 수 있었던 양방언 집안의 단란한 가정 분위기(형과 누나들의 음악 취향 및 재능 자체도 양방언 못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책 내용에 의하면), 일본인만큼 일본말이 되지 않아서 일본인 교사와 친구들에게 노골적인 차별을 받기는 했지만, “이봐, 우리 같은 일본인도 있어.”라고 곁에서 학업을 도와줬던 우호적인 일본인 친구들(책에서 양방언은 의사고시 합격까지, 일본인 친구들에게서 받았던 도움, 자신이 선택했던 길목(음악·의학)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대해 반복적으로 빠트리지 않고 적고 있다.)을 통해 느낀 아주 작지만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인간적 온기(溫氣), “, 지금과는 다른 음악을 할 거 같아.”라며 젊은 청년의 작은 재능에도 관심을 보였던 일본 대표가수와의 인연 등등, 보통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중의 하나만 접해도 삐뚤어지지 않는 법(^^)인데... 이 사람은 무슨 복을 타고 났길 래(^^), 이 모든 것을 다......

내가 말하는 운이 좋다는 뜻은 바로 이런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재일교포들 사이에서의 어떤 '사상적 문제'라든지 '조국관'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양방언 부모님 세대를 추적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양방언 아버지는 조총련계, 어머니는 민단계 집안이었다는데.... 알고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셨으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분 양방언 씨, 생긴 것은 전형적인 모범생이지만 은근히 딴 짓을 많이 한...^^ 조총련 학교를 다니며 로큰롤을 들었다니... 당시 분위기로는 선생님께 한 대 맞을 만도 했다는...^^;)

  

양방언이 자리 잡은 터가 음악이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재일’ ‘자이니치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고, 한일 간의 문제는... 역사뿐 아니라 현실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방언과 그의 친구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그래도 우리는 어떤 유토피아같은 것을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2016년 온 대한민국이 어지럽고, 개인적으로도 복잡하고 착잡한 문제에 얽혀있는데

그의 공연 덕분에 잠시나마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 사족으로서, 양방언이 공연료를 책정하는 데 어떤 의견을 피력하는지 어떤지 궁금하다. 생각보다... (그리고 공연의 퀄리티에 비해 - 이 생각은 201620주년 콘서트를 다녀와서 블로그에 글을 남긴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공연료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20주년이고 구성이 더 풍부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팬들이 예전에 관람했던 공연의 후기를 보면, 훨씬 더 저렴한 공연료를 받고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 런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을 들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면...이후에도 쭉 양방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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