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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화의 실상 - “반일 종족주의”비판
전용덕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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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는 동안 내세운 ‘근대화’라는 명분은 결국 한반도와 그 주민들의 이익이 아니라, 일본 본국의 경제적 이익 증진에 맞춰진 것이었다. 『반일 종족주의』는 바로 이 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기존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우파 및 주류 경제학적 시각에서 논리적 반박을 시도한다.


솔직히 이 책을 아주 꼼꼼히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논거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고, 특히 ‘반일 종족주의’ 등 뉴라이트발 논쟁을 원문과 자료를 근거로 차분히 반박하는 부분은 신선했다. 흔히 좌파 진영이나 비주류 학계에서 많이 다뤄지는 식민지 비판 논리가 아닌, 우파 경제학 내부에서도 이런 비판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자율적 거래’가 아닌 ‘타율 거래’로서의 식민지 경제


늘어나는 쌀 생산량에 비해 줄어드는 한인의 쌀 소비량


책은 당시 한반도 경제를 자본주의가 아닌 군국주의 일본의 간섭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독특한 ‘수탈체제’로 정의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자율적 거래’라고 해석하는 많은 거래와 경제활동은 사실 ‘일본의 강제적 개입’과 ‘규제’로 얼룩진 ‘타율 거래’였다. 예를 들어, 산미증식계획으로 쌀 생산량을 늘린 것이 실제로는 일본에 쌀을 대량 수출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로 인한 가격 하락 피해는 오롯이 한인들이 떠안았다. 이 외에도 강제저축, 노동 착취를 통한 노동 시장 왜곡 등 일본이 설계한 다양한 제도는 한반도의 경제는 일본 본토 이익에 종속된 구조였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다.


전시 경제와 ‘자발적 동원’의 허구성


당대 지식인들의 징병독려 선전 - 윤치호, 매일신보 (1943.11.17)


1930년대 전시체제로 접어들면서 강제징용, 강제저축 등 사실상 강제동원이 만연했다는 점도 명확하다. 저자는 당시의 ‘자발적 동원’ 주장에 대해, 일제 선전과 협박, 압력으로 사실상 강요된 선택임을 지적하며 이 또한 신화임을 밝힌다. 내 생각에도 이 부분은 과거에 쉽게 지나쳤던 ‘겉보기’와 ‘실상’의 차이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진정한 근대화’란 무엇인가?


근대화는 문물 뿐 아니라 자유와 평등의 이념

이 책에서 가장 생각할 거리를 준 부분은 ‘근대화’의 정의다. 단순히 제도나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상적 가치까지 구현되어야 진정한 근대화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이 ‘이상적 근대화’ 기준이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하는 의문도 든다. 현대 사회조차도 자유와 평등이 완벽히 실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면 ‘근대화’라는 개념을 너무 높게 잡고 이를 기준으로 과거를 평가하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인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점이 되려 식민지 근대화론에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본의 이익을 위하여

이 책을 읽으며 끝까지 남은 한 문장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결국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무엇을 목표로 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이 책은 그 답으로 “한반도와 조선인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일본의 경제적 이익 증진을 위한 정책이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기존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많은 허점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편, 저자의 비판 논리는 매우 논리적이고 근거가 충실하지만, ‘일제강점기의 경제가 자본주의가 아니었다’는 주장에는 조금 아쉬움도 남는다. 왜냐하면 현대 한국 사회 또한 ‘완전한 자율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규제와 정책 속에 운영되고 있고, 곡물 가격 같은 필수재에 대한 정부 개입은 현재도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의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잡는 것은 오히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옹호로 읽힐 수 있고, 마치 현대 자본주의를 (일제강점기와 반대의) 이상향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마찬가지로 ‘근대화’의 기준을 다소 이상적으로 설정한 점 역시 다소 현실과 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자유와 평등은 과정이고, 완성된 상태가 아니며, 여러 시대가 거쳐가는 ‘근대화’의 과정이 아닐까? 이런 관점만을 끝까지 유지할 경우 결국 "일제강점기도 근대화의 과정이다" 같은 주장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반일 종족주의』는 기존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우파적 시각에서 신랄하게 반박한 독특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바로 ‘일본 식민지 정책의 본질적 목표와 의도’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이 점이야말로 역사 인식과 경제사 연구에서 가장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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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동양사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2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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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쟁으로 보는 동양사

이 책의 새로운 이름을 붙여봤다.

<만화로 보는 나무위키>

그만큼 재미있다 이거지


긍정적인 것 같기도, 부정적인 것 같기도 한 이 명칭은 이 책의 장단점을 가장 잘 표현한다. 이 카페에서도 종종 이 만화를 봤기 때문에 큰 기대를 책. 원체 흥미로운 스토리텔러이니 인터넷이 아닌 책이면 더 많은 정보가 지식들이 술술 읽힐 것 같은 기대. 동양의 전쟁사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된다든가 하는 등이다.



사진이 왜 이러냐



익숙한 그림체와 내용으로 표지부터 넷상 B급감성을 어필하며 즐겁고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대중서적이자 역사서적이다.특히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등하교길, 출퇴근길의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의 인터넷 세상과 유튜브, SNS를 이길만큼 훌륭한 도파민을 제공한다. 어찌보면 인터넷 웹툰의 연장선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내려야 할 역을 놓칠 뻔한 적도 있다. 그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여담이지만 책 사이즈가 조금만 더 작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게되고 역사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나무위키>와 닮았다.

여타 인터넷발 만화책과 다르게 무리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령 어떤 책의 경우는 선을 넘는 드립이나 다소 민망한 그림을 불쑥 보여줘 불쾌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게 없다.(물론 욕설이나 문자적 드립은 종종 있다.) 그리고 드립이 과하지 않고 적당하고 적재적소에 잘 녹아있다. 워낙 재미있는 글과 그림으로 알려진만큼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과하지 않은 웃음과 대중적으로 괜찮은 책이다.


왜이래!


동시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생각보다 내용이 깊지 않았다. 만화이기도 하고 가볍게 읽는 것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동양의 전쟁사"이니 만큼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이런 책을 읽을만한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분량의 한계인지 작가의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내용이 깊지 않으니 단정적인 서술이나 퉁치고 넘어가는게 많았다. 특히 '중국 국공내전' 등 현대사로 올수록 그런 측면이 강해지고, 특정 커뮤니티적 성향이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대부분은 상식적이면서 용인 가능할 수준이라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내용 자체가 세세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쉽다.


그리고 분량상의 한계가 있었을테지만 내용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다. 특히 "동양사"라는 프레임을 신경쓴 것인지 한국과 관련된 역사적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오래전부터 동양사의 주요 플레이어였고, 동양사의 일원으로서의 한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가령 최근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요전쟁"이나 고대 동아시아대전이었던 "삼국시대", "임진왜란"과 "명청교체기" 등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나중에 "한국사"로 시리즈를 이어갈 거라서 그런것인지 모르겠으나 "동양사"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으면 좋을 듯하다. 이외에도 "베트남전쟁"이나 "6.25전쟁", "위진남북조" 관련 내용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거시적인 "전쟁사"를 다루긴 하지만 미시적인 "전투"가 없는게 아쉬웠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꼭 보고 싶은 것이 전투나 전황 같은 구체적인 전쟁의 전개이다. 로마 등 전투에 세세한 기록을 남기던 서구와 달리 동양은 전투관련 기록이 거의 없거나 문학적 수사가 많아 역덕들에겐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점을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런 책에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책은 사실 만화책이기도 하고 각 챕터별 내용도 짧다 보니 그런 내용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인터넷만큼이나 재미있고 스마트폰을 비등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 점은 이 책의 원전이 인터넷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스마트폰을 켜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역덕이나 정보와 지식을 새롭게 알고 싶은 사람보다는 역사 및 동양사, 전쟁사에 관심을 막 갖게된 분, 역사를 재미있게 읽고 싶은 분들에게 입문서적으로 좋을 듯 하다. 인터넷 문화에 친숙하다면 더할나위없이 좋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4695)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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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35년 5 - 1931-1935 만주침공과 새로운 무장투쟁 35년 5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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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참기지화 정책으로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문을 연 우가키 총독의 정책과 조선에 대한 식민지 정책을 시작으로 30년대 사회주의 투쟁과 무장항쟁, 민족주의의 운동, 중국 본토에서의 항쟁, 기억해야 할 독립 운동가(여성)와 아나키스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1930년대 세계의 정세를 먼저 살피고 당시 조선땅에서 벌어졌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작가의 시선이나 의견을 거의 담지 않은 건조한 책이며, 대부분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들을 취합하여 만화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교과서의 만화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순 교과서와 다른 점은 보다 방대한 자료와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제주해녀투쟁, 노농조운동, 공산당 재건, 민생단/반민생단 사건, 조선-동아의 경쟁관계 등 교과서에서 알기 어려웠던 세부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거부감없고 어려움없이 전달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마 이 내용이 전부 교과서에 실려있었다면 많은 학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아 보았습니다.

1. 일본 젊은 장교들과 군국주의


1차대전이 끝난 30년대 일본에서도 미국발 경제공황이 밀어닥쳤습니다. 이때 재벌 등 경제 기득권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바빴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이때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려는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일본의 젊은 엘리트 장교들이었습니다. 보통 시골 농촌 출신으로 재벌들의 행태에 불만이 쌓여갔고 이내 이를 방조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정치인, 장성, 관료 등이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이 불만이 군국주의를 통해 표출되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젊은 엘리트 장교들은 극우 사상가들의 저서를 통해 만주침략, 중국침략 등의 꿈을 꾸며 군국주의와 전쟁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이 세계 주도권을 두고 최종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아시아 전체를 일본이 지배해야 한다는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은 이들의 사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제로 만주침략과 중일전쟁, 제2차세계대전 등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폭주는 바로 이런 사상과 역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젊은 장교들로 구성된 이후의 일본군은 자신들만이 일본을 구할 수 있고 국익을 위한다는 독재적인 생각으로 의회와 내각 등을 무력화하며 폭주하는 군국주의 국가를 만들어 나갑니다.

방치된 사회문제와 불만을 품은 젊은이, 여기에 포퓰리즘적 극우사상이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2. 뭔가 결말이 애매한 제2장(사회주의 계열의 투쟁과 이재유의 트로이카 방식)


제2장은 사회주의 계열의 투쟁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운동을 위한 당 건설운동 등을 다루며 노조/농조운동, 제주해녀투쟁과 함께 이재유의 트로이카 방식의 운동을 소개합니다. 지식인들의 전위역할을 강조하던 이전의 방식과 달리 트로이카 방식은 대중과 아래로부터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강조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트로이카 방식의 이전의 실패했던 방식들과는 다르게 어떤 성공을 이루었거나 내지는 작가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어떤 성과가 있었던 것 같이 보이지만 책에서는 그러한 평가나 의미부여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이재유라는 운동가가 생애를 바쳐 투쟁했던 내용과 해방을 앞두고 '옥사'했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사회주의 계열 운동이기 때문에 더욱 건조하게 다루었던 것인지 혹은 작가가 애초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장에 나온 트로이카 방식의 거창한 소개글에 비해 본문이 빈약해 아쉬웠던 대목입니다.

3. 민생단과 반민생단 투쟁


이 부분은 타지에서 운동가들이 겪었던 설움과 고생, 그리고 당시 어떤 조직에나 존재했을 스파이 검열에 대한 내용입니다. 민생단이야 친일파의 일장춘몽에 불과했던 조직이지만, 이 조직의 작은 불씨가 조선인 공산주의 운동가들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오게 됩니다. 간도협조회 등 일본의 끊임없는 와해공작, 조선인을 향한 중국 공산당의 끊임없는 의심, 자기검열로 분열된 한국인 조직이라는 세박자가 결합하면서 대규모 학살극이 빚어진 것입니다.

책은 외부의 조그마한 충격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공산당 조직을 보여주지만 사실 여기에는 일본의 와해공작과 중국 공산당의 의심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후반부에 나오면서 더 깊은 이해를 하게 해주었던 대목입니다.


4.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김구의 다양한 모습들


이 파트는 김구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조망해주었던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김구는 임시정부를 끝까지 이끌었던 독립운동가로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람입니다만 독립운동 과정에서 김구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명암이 있듯 김구도 명암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승만의 탄핵을 끝까지 반대하거나, 반공주의적 모습, 한인특무대독립군이라는 사조직같은 무력단체를 운영하고 외부 독립단체와 연대를 거부하는 등의 모습은 김구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겪었던 모진 풍파와 분열을 생각하면 연대란 분열의 전주곡이고, 국제적 조직의 공산당은 그에겐 외세의 꼭두각시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끝까지 임시정부만을 외고집으로 밀어붙인 것은 결과적으로 오늘 날의 대한민국의 정당성과 뿌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간간히 김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김구의 언행을 통해 그의 사상과 생각을 유추해보건데 과연 마냥 긍정적이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김구는 암살당했고 일어나지 않은 일로 그를 평가하려고 드는 것은 무리하게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확실한 것은 그는 독립운동가였고, 대한민국 정당성의 뿌리가 되었으며, 분단의 조국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통일운동가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 운동가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가장 많은 재평가를 받을 인물 중 하나가 김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여성운동가에 대한 당대의 차별적 잣대


남자현이라는 운동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옵니다. 3.1운동 이후 그의 삶을 비춰보건데 그는 여느 남성 독립운동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무장투쟁, 암살폭력투쟁 등을 수행하며 한국의 독립을 꿈꾼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의 삶을 소개한 당시 신문은 그를 '남편의 죽음에 한을 품은' 사람, 망부의 복수를 하고자 한 것으로 소개합니다. 독립을 위해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더라도 그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복수'라는 개인적 이유로 격하되는 것을 보며 당대 여성의 삶이 어떠했나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독립운동의 계기가 의병 남편의 죽음이었을지 몰라도 그의 독립운동 전체가 단지 남편의 죽음과 복수 때문만이라고 평가할 순 없을 것입니다.


이 외에 30년대 총독부의 조선정책에 대한 내용과 평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많지만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한국사에 관심이 있지만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기가 부담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데에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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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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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동점의 시대, 격동의 시기에 한중일 모두가 살아남길 바랐으나 실제로 서구화에 성공하고 열강의 반열에 오른 것은 일본 뿐이었다. 

어떻게 일본은 가능했던 것이 중국과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었다. 흔히 교과서적으로 '중국은 제도나 철학은 전통을 따르며 서구의 무기와 기계만을 도입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고, 일본은 정신적, 물질적인 모든 부분에서 서구화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라고 설명하곤 한다.

정신과 물질이 두부 자르듯 구분되는 것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다보면 중국이나 일본이나 서구화를 시도했던 방법이나 양상에 명확한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태평천국운동이나 아편 등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이 있었다고 하지만 일본도 양이지사(?)들의 테러행위와 번(다이묘)들간의 극심한 경쟁, 이분화된 지배구조(조정-막부) 등으로 인한 혼란이 빈번했다. 게다가 다이묘들간의 경쟁과 조정-막부간의 알력다툼은 실제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은 도데체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

여기에 대해서 힌트를 <본격 한중일 세계사 05 열도의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서세동점을 시작으로 한중일이 이 시대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05 열도의 게임편은 1860년 견미사절단에서 시작하여 1864년 조슈번의 교토의 어소 공격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상세하고도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서구세력과의 접촉 초기부터 지방의 번들의 자체적인 서구무기 도입, 막부의 개화정책, 일본 자체의 경제력 등을 보며 일본이 다른 나라와 달리 어떻게 독립을 유지하고, 이후 열강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추측하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정과 막부의 갈등과 고메이의 권력 투쟁 속에서도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전면적인 내전을 피하려는 것과 외세의 힘을 빌지 않는 것이었다. 고메이가 꽤나 개화를 반대하고 양이를 주장하며 복고적인 철학을 내세웠지만, 결론적으로 당시 위정자들이 갖고 있던 이러한 자세가 일본이 서구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할 수 있게한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20여년 뒤 조선에서 있을 권력투쟁과 외세의 개입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농민반란 조차도 자체적으로 막지 못했던 조선이나 청에게 이런 자세는 사치였으려나.

시리즈를 전부 읽어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이 책 한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당대 일본이 조선과는 어떤 점이 달랐고, 또 청과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 생각해보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본이 생각보다 조선/청과 다르지 않았고, 또 생각보다 조선/청과 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가 인터넷과 서브컬쳐에 심취하여 도를 넘은 드립이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5권)에서는 크게 기억나지 않으나, 이 시리즈가 원래 연재되던 저스툰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보면 다소 민망하거나 불편할 수 있을 연출이나 드립도 존재한다. 이런 점이 개선되면 좋겠지만 저자의 특성상 어지간해선 쉽게 변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런 점이 개선된다면 이 책은 역사를 쉽고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이 시리즈 전체를 읽고 싶다. 아직 조선이 나오진 않았는데 조선 편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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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교수님께서 던지신 화제가 있었다. " 아베는 여전히 집권하고 있는가?" 자리에 함께 했던 일본인 학생에게 질문을 하면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서로 굉장히 친밀한 사이이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니 일본인 친구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시라. 어찌되었든 기억이 나는 일본인 친구의 대답이다


"아베가 잘못한 맞는데 그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들 해요."


<도쿄 30, 일본 정치를 꿰뚫다> 핵심내용 하나가 대답이 아닐까 싶다. 책은 일본의 정치환경과 아베의 장기집권, 그리고 일본의 우경화 등을 다루며 아베가 말하는 '아름다운 일본'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아베는 학원스캔들, 문서조작 파문 그간의 다양한 정치위기를 맞았지만 2017 중의원 해산 선거 등을 승리로 이끌며, 2019 현재까지 7년간(과거 임기까지 포함하면 8) 집권하고 있다. 앞으로도 집권할 것으로 예측된다.


책에서 말하는 주된 이유는 아베 개인의 역량과 , 야당의 궤멸, 일본의 우경화이다. 자민당의 역량 고이즈미가 마련한 힘있는 총리 제도의 수혜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위기때마다 이를 무시하거나 화제를 돌리는 등의 방식으로 극복해왔다. 또한 도호쿠 대지진으로 기억되는 일본 민주당의 무능과 그로인한 실망감, 일본 전반에 퍼진 우경화 분위기와 정치적 무관심(냉소주의) 등이 아베의 장기집권과 우익정권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유능한 아베의 측근들, 수상관저 기능 강화 관료집단 장악, 인사권 장악, 언론의 무기력 등을 꼽았다.


일본에 살면서 직접 경험한 사례들과 일본 정치인들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풀이하는 것은 저자가 책을 집필할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게해준 대목이었다. 자민당의 운영 방식이나 일본의 선거제도 등의 정치환경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또한 자세하여 신뢰성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너무 세부적인 내용에 집중한 나머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을 잃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저자는 이미 아베가 실각한다고 해서 일본의 우경화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아베라는 정치인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가령 지정학적 위치, 일본 사회나 정치제도에 원인이 있을 있다. 그런 관점에서의 분석이길 바랐는데 아베나 정치인같은 개별 요소들에 집중한 점이 아쉬웠다. 책의 많은 내용이 그저 단편적 사실의 나열이 되어 버린 것은 바로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 집중한 탓일까? 한국인이 일본에서 겪는 차별이나 혐한사건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아쉬웠다. 저자는 고등교육을 받은 남성이고 현재 일본에서 교수로 학부장을 맡고 있다. 사실 이런 지위를 가진 사람이 눈에 띠는 차별을 경험하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 저자가 저소득층의 한국인 여성이라면? 일본인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 주부라면? 혐한범죄를 당하거나 모욕을 듣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SNS 통해 공유하고 있다. 가령 관공서에서 한국인에게는 반말을 한다거나 지하철에서 모욕을 당한다거나 말이다. 그런 차별과 범죄를 '극복할 있어야' 하는 쯤으로 생각한다면 굉장히 아쉬울 것이다. 또한 재일 조선인들이 겪는 법적인 차별이나 차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에도 너무 소극적인 서술이었던 점과 차별적 법제도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는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점은 저자의 신분적 한계이지 않을까 싶다


몇몇 아쉬운 대목에도 불과하고 저자가 보여준 일본 정치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나름대로의 의견은 현대 일본과 앞으로의 일본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본 우익의 본산인 일본회의나 여러 정치인에 대한 프로필, 혐한을 조장하는 언론 일본이 여전히 우경화되고 있고 우경화의 1 목표에 한반도가 있음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집단적 자위권' 의미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주변의 동맹국이라고 하면 남한밖에 없지 않은가? 진보/보수할 것없이 국뽕에 환멸을 느끼며 일본에 대한 호감을 높여가는 우리와 달리, 애국심에 ABC등급을 매겨 평가하는 국뽕을 향해 달려가며 한반도(남북한) 중국 등에 대한 혐오를 키워가는 일본을 보자면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누군가는 일본의 재무장과 '정상국가'로의 변화가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른다. 어찌보면 국가가 자신의 군대를 갖고 온전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일 있다. 하지만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과 2차세계대전에서조차도 끊어지지 않은 정체성을 보면 주변국,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 걱정할 밖에 없는 일이다. 하루빨리 일본의 우경화가 멈추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런 일본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을 아는 것은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9 현재 일본과 일본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서 책은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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