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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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운 여름, 수박 만한 것이 없던 시절. 잠을 자면서도 수박 생각이 간절해 수박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먹어 보면 알지」는 그 해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수박, 수바아악, 수우우우바악.." 하며 늦은 밤 숲 속에서 수박을 찾는 동물들의 모습은 에어컨도 없는 무더운 여름 밤을 견뎌 본 사람이라면 너무도 공감되는 부분이다.

「먹어 보면 알지」를 '알고 보면 더 재밌지'하게 읽으려면, 그 기원인 「태양 왕 수바」부터 「친구의 전설」, 「팥빙수의 전설」을 읽어 보아야 한다.

팥빙수의 빙수(또는 우유 빙수)를 떠올리게 하는 커다랗고 귀여운 눈 호랑이, 수박의 아득히 멀고 먼 조상 쯤 되는 수바, 작가님의 책 속에서 우리를 언제나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주고, 수바를 도와주며 수박이 팔도강산 전국 각지에 넘치게 해 준 팥 할멈. 왜인지 작가님의 책들을 보면 그리운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고,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여름 간식들이 생각난다. 

숟가락으로 삐뚤빼뚤 제멋대로 파 낸 수박 조각에 칵테일 과일 통조림, 통조림 팥, 간 얼음을 넣어 만들어 주시던 수박 팥빙수, 팥을 대신해서 암바사를 넣으면 달달한 수박 화채가 되기도 했다.

에어컨 하나 없이 선풍기 두 대로만 버티던 작은 우리집, 거실이라 말하기에 민망한 좁은 그 공간에서 여름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고 조그마한 테레비로 <전설의 고향>같은 납량 특집 드라마를 보며 더위를 식히던 어린 시절 나의 한 여름. 그 한 때를 떠올리게 하는 보물 같은 책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에 파장을 일으킬 조약돌 같은 책.

파장은 잔물결에서 파도로,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시절이 성큼 다가와 있다.



"이거 봐. 꼬리 있는 수박이 어딨어?" "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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