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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 중국 여성 SF 걸작선
시우신위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평점 :
한국 여성 작가가 쓴 SF를 많이 읽습니다. 이웃나라 여성 작가의 SF도 읽어보고 싶다! 희미한 생각은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가 있다면 그 다음으로 일본의 여성 작가 SF도 아작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책의 물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일단 디자인상 표지의 적박이 도드라지네요.. 흰 배경에 붉은 색으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영문 폰트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영문 폰트가 무척 예뻐서 표지, 책등, 뒷표지의 한글 폰트도 세리프가 들어간 거였음 더 좋았겠어요.
400쪽이 넘는데에 비해서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 놀랐어요.. 18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아주 짧되 이해하기 위해 생각이 많이 필요한 작품들이 몇몇, 분량이 그보다는 좀 있지만 쉽게 진도가 나가는 이야기도 몇몇 있었어요. 가방에 넣어다니다가 시간이 떴을 때 하나 골라 읽기에 딱입니다. 당이 떨어지면 사탕을 까먹듯, 감성이 떨어지면 단편집에서 소설을 한 편 꺼내 읽으세요.
전체적으로 중국의 문화 및 감성이 잘 녹아들어있는 작품들이 실려있었어요. 어떤 느낌인지 집약되는 장면이 다음과 같은 장면 아닐까하네요.
"물을 끓인다고? 적송자와 축융은 평소에 이런 일을 하는 거야?"
"맞아. 근데 다른 일도 해. 적송자는 가뭄이 든 곳을 찾아가 비를 뿌려. 적송자가 키우는 선학은 깃털과 부리를 사용해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를 조금씩 모으지. 날개로 바람도 일으키고. 빠른 기류가 형성되면서 흑운의 온도가 낮아지고, 가득 찬 수증기는 응결되기 시작해. 그렇게 생겨난 물방울이 공기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벗어나면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거야. ... "
<봄이 오는 방식>171p
중국 신화의 신들의 이야기가 과학이랑 접합된 게 보이시나요? 이 책을 시작으로 중국의 신화나 전설 등 중국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중국 신화 잘 아시나요? 저는 중국 신화나 민간의 풍속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익숙한 내용들이었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한국 외 국가의 신화나 전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예외구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신화랑 문화에 대해 각주가 꼼꼼히 달려있었어요.
봄이 오는 방식(春天来临的方式) ✦ 왕눠눠 - 165
응룡(应龙) ✦ 링천 - 185
옥을 얻다(得玉) ✦ 구스 - 197
실린 작품들 보면 윤회나 도교 및 불교적인 개념이 드러나긴하는데... 이렇게 세 작품은 특히나 중국 역사나 신화에 대한 내용이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알아야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꼼꼼하게 각주처리되어있어서 부담없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편집이 무척이나 친절하게 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시신을 짊어진 여인(背尸体的女人)>입니다. 결말이 기괴하게 애틋해서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를 떠올렸어요. 일상 생활 중에 들고 다니다가 틈이 생긴 시간에 꺼내 한 편 골라 읽는데, 특히 묘사중에 회화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제 스스로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기에 좋았어요. 차 한잔 우려놓고 먹는 다식과 함께 읽는 다식으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짙어가는 봄에 잘 어울리는 책 한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