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책을 읽은 후의 첫느낌은 가슴 시렸다는 것이다. 공감이랄까...

아오이가 쥰세이가 헤어진 10년후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옛연인 쥰세이를 다시 만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아니, 내 자신이 아오이가 되어 두오모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며 가슴 두근거렸다. 쥰세이를 보게 될까봐.... 기대와 실망.. 어느쪽이든 너무나 가슴 시리게 만들었다.

나에게 잘해주는 남자 마빈과... 나를 용서해주지 못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자 쥰세이... 그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오이..

책제목을 참 잘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주로 블루가 잼났다고 하는데, 로조는 별로였다고... 아무런 감흥없었고, 정서에 맞지 않았다고..

그러나 이는 그들이 동거라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 폐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서 그런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적 차이와 '일본' 문학이라는 선입견없이 읽어나갔다면 좀더 감동을 얻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네들과 달리 기억하고 싶은 어구에 밑줄까지 그으며 읽어나갔던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압축적인 문장이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몇번이나 되니이는 동안 뇌리에 새겨진 몇 구절을 옮겨 본다.

-우리의 인생은 서로 다른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곳에서 끝날거야.
-인간이 진정 있어야 할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에서이다.
-무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조용한' 일상
-잃어비린 시간을 되돌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작업 복원사....

이외에도 멋진 구절들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만 옮겨보았다. 단순한 연애 소설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가치, 특히 인간의 실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특히, 도쿄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기에 가지 않는다는 아오이에게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이라며 충고해주는 페데리카의 말에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어느 장소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 친구들, 동료들, 형제들의 가슴속에 내가 있을때, 비록 사별로 떨어져 있다하더라도 나는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며,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군가의 가슴속에도 있지 못한다면, 한떼의 군중들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나는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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