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김주영이라는 작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에 이끌려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제목이 상징하는 바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마지막장을 넘길때까지 단 한군데서도 멸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허나, 마지막장을 다 읽고 멸치는 외삼촌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이 이어야 할 집에서 쫓겨나 유수지 생활을 하는 그. 누구도 그의 일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가 있어야 할곳을 잃었다는 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년이 외삼촌의 움막으로 가 유수지에서 자맥질을 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멸치떼와 작가의 말을 통해 유추해 볼때, 바닷가에 있어야 하나 유수지에서 투명하게 헤엄쳐 다니는 멸치는 곧 외삼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멸치의 상징성은 어느 정도 밝혀내어 시원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다소 미흡함이 남는다. 과연 어머니와 외삼촌 사이에 아버지가 의심하듯 모종의 관계가 있었는지, 어머니의 행방과 외삼촌의 행방 등 ...

직접적 설명보다는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스토리 전개가 김주영의 문체상 특징인가보다.

아버지와 외삼촌의 암묵적인 갈등의 해소가 그러한 것이다. 명포수라는 허세를 떨치기 위해 떠난 멧돼지 사냥에서 아버지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척추나 목덜미를 쏘지 못했으나 멧돼지는 허파에 구멍이 뚫리는 등 물리적 외상을 입고 쓰러지게 된다. 이는 외삼촌이 아버지의 미숙함을 이미 눈치채고 그를 도운 것이라 볼 수 있다.

결말이 확실하고, 사건 해결이 명쾌한 소설만 읽다가 미해결로 끝나는 비교적 짧은 작품을 대하니 어딘가 좀 허무하고 씁쓸하지만, 은둔자의 삶을 사는 외삼촌에 대한 삶이 바쁜 일상 가운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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