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책을 굉장히 오랜 기간 묵혔다가 읽었다. 할 일도 많았고 책에 대한 큰 기대도 없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앉아 있다가 손에 잡혀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상한 힘에 이끌려 집중해서 읽어낼 수 있었다. 그 이상한 힘이라는 것은 소설에 나온 몇가지 이야기들이 잊혀졌던 어떤 기억을 되살려 놓으면서 나에게 놀라운 집중력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더 찌질했던 시절이 마구 떠올라서 심호흡을 한 뒤에 다시 읽었다.후미오가 마지막 장에서 ‘우리 세대는 분명 늙기 쉬운 세대‘라고 하였는데 나는 ‘우리 세대는 분명 좀비가 되기 쉬운 세대‘로 읽혔다. 늙는 것을 거부한 세쓰코처럼 나도 좀비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이 세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환상통을 읽으며 역시...사람을...사랑을...인생을...함부로 규정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나의 시각과 가치관은 협소하다는 걸 언제나 인정하며 살아야겠다. 그저 팬덤로만 여겼던...솔직히 하찮다고 생각했던 그 지점에서 사랑의 원형을 보았다. 그리고 내 안에 편견이 너무도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자리 잡고 있음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