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극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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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 | 미야베 미유키 지음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가족이 되었다. ‘아빠’ 역할을 맡은 도코로다 료스케가 살해되면서 평범해 보였던 가족놀이는 미스터리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경찰은 가상 가족의 구성원들을 한 명씩 불러 조사하고, 그 모습을 실제 딸 가즈미가 지켜본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는지,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라가며 읽게 된다.

2001년에 발표된 소설이라 인터넷 게시판과 이메일로 소통하는 모습은 지금 읽으면 조금 옛스럽다. 나 역시 어릴 때 인터넷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 시절의 온라인 공간이 반갑기도 했다. 기술은 달라졌지만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온라인에서 나누고, 그곳에서 관계와 소속감을 찾는 모습은 여전히 낯설지 않다.

가상 가족의 ‘딸’과 실제 딸의 이름이 같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겹쳐지면서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게 되고, 나름대로 범인을 추측하며 읽었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예상과 달랐다. 하나의 ‘가족극’이 펼쳐지는 과정은 모든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만한 요소이다.

소설의 시작에는 사이조 야소의 시 「나비」가 제사로 놓여 있다.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처음에는 왜 이 시를 인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가상 가족이 떠올랐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흩어지고 사라졌지만, 그 안에서 나눈 감정과 위로까지 가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손에 남는 것은 완전한 관계도,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닌 ‘부서진 나비의 잔해’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가까운 만큼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살인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던 이야기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디까지 진짜라고 부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위 도서는 북로드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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