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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산 카나파니 지음, 윤희환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7월
평점 :
《뜨거운 태양 아래서》 | 가산 카나파니 지음
소설을 읽으며 지금의 팔레스타인과 겹쳐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이 책은 196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만큼 이 갈등과 싸움, 고립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1948년 나크바부터 현재 2026년까지, 긴 시간 동안 계속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첫 번째 단편인 「뜨거운 태양 아래서」에는 ‘떠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향을 떠나 쿠웨이트로 가기 위해 물탱크 안에 몸을 숨긴 세 사람. 뜨거운 사막과 검문소, 좁고 폐쇄된 물탱크라는 공간이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다. 특히 마지막에 던져지는 “왜 두드리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은 세 사람의 죽음만을 묻는 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질문처럼 오래 남았다.
이 작품집에는 전쟁과 추방,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올해 《노 어더 랜드》와 《힌드의 목소리》 등을 통해 영화로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그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리적 거리만큼 내 마음과 관심도 멀리 있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다.
“네가 오렌지의 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너는 유년기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그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오렌지를 재배했던 농부의 말에 의하면, 변혁이 일어나 낯선 사람이 물을 주면 오렌지나무는 말라 죽는다는 것이다.”
나무가 뿌리째 뽑혀가는 와중에도 기억하고, 말하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전에 쓰인 이야기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낯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다 보니 출판사를 통해 소개되지 않는다면 이런 작가와 작품이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출간된 지 아주 오래된 팔레스타인 작가의 문학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미 있는 책을 더 예쁘게 만드는 일도 물론 필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새롭게 소개하는 일 역시 출판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다양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위 도서는 열림원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