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소녀
브렌다 데이비스 지음, 유영일 옮김 / 올리브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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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소녀》 | 브렌다 데이비스 지음

한 사람의 삶을 빼앗는 데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사회가 붙인 하나의 이름과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했다. 열일곱 살 노라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도덕적 결함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고, 그렇게 빼앗긴 삶을 47년 동안 그곳에서 살아간다. 이 소설은 한 인간을 ‘결함’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빼앗긴 삶을 어떻게 다시 자신의 것으로 되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노라가 겪는 일들은 가혹하다. 아이를 빼앗기고 자신의 몸과 행동을 통제당하며, 살아남기 위해 “다들 제가 길들여진 토끼처럼 굴기를 원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을 숨기는 법을 배운다. 한 사람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환자’나 ‘결함자’라는 이름으로만 바라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노라의 삶을 따라가며 보게 된다.

400쪽이 넘는 두꺼운 소설이지만 노라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오랜 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노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노라가 자넷에게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자넷은 곧바로 노라가 노래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래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취미를 갖는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빼앗겼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다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단순한 슬픔이나 분노만 남지 않았다.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도 인간이지만, 다시 그 삶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너무 늦게 찾아온 치유였지만 끝내 노라가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던 이야기다.

*위 도서는 올리브나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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