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산책 - 국경을 넘은 강아지와의 삶, 그리고 인연들
최수향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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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산책》 | 최수향 지음

친구 주네비에브가 어느 날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한다. “네가 하얀 강아지와 함께 있는 꿈을 꿨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라레에서 저자는 정말 하얀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아닌데?’ 싶었던 일이 결국 그 강아지를 향해 걸어가는 운명처럼 이어지는 이야기가 좋았다.

저자는 디디라는 이름에 ‘모래 언덕이 있는 정원’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런데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이 디디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오히려 “이 강아지가 나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나 역시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지만 좋은 보호자가 될 자신이 없어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강아지를 위해 보모까지 두며 자신의 삶을 바꾸어간 저자의 선택은 무척 멋지게 느껴졌다.

디디와 함께 이동하고, 늙어가고, 돌보고, 마침내 이별하는 16년 6개월 동안 저자는 자신의 삶을 스쳐가는 사람들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다. 한 생명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까지 넓어지는 과정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도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은 감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국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사랑했는가’보다 ‘사랑한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다.

디디를 떠나보낸 뒤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95%는 잘 지내고 나머지 5%는 슬픔을 위해 남겨두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강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남았는데 어떤 슬픔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편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

《아주 먼 산책》은 단순히 짐바브웨에서 시작해 여러 나라를 거쳐온 디디와 저자의 여정을 뜻하는 제목이 아닌 것 같다. 한 생명을 자신의 삶에 들이고 함께 걸어온 16년 6개월, 그리고 이별 후에도 남겨진 마음, 또 여전히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위 도서는 흐름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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