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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허기 - 암과 요리의 계절
캐런 바빈 지음, 이주혜 옮김 / 녹스 / 2026년 7월
평점 :
《맹렬한 허기》 | 캐런 바빈 지음, 이주혜 옮김
채식주의자인 저자가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고기 요리를 시작한다는 소개가 흥미로웠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은 아닌 듯하다. 그런 그가 어머니의 투병을 계기로 냄비와 프라이팬을 꺼내고, 고기를 손질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한다. 요리라는 행위가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인,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책은 어머니의 투병 과정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달별로 기록한다. 항암치료와 병원 이야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족과 함께한 일상의 에피소드와 계절의 음식이 나란히 놓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암은 삶의 전부가 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에서도 계절은 바뀌고, 사람들은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을 담고 있지만 책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나 역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가장 받고 싶은 사랑의 모습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음식을 만드는 장면에 많이 공감했다. 병을 치료할 수도, 고통을 대신할 수도 없지만 오늘 먹을 한 끼를 만들어줄 수는 있다. 돌봄은 어쩌면 이런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빈티지 조리도구에 이름을 붙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애그니스, 에스텔, 페넬로페라는 이름을 가진 냄비와 프라이팬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저자의 일상에 이야기를 가진 존재가 된다. 어머니의 병처럼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저자는 이름을 붙이고 음식을 만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세계를 만들어간다.
책에는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손택은 질병에 환자의 성격이나 삶의 방식 같은 의미를 덧씌우는 것을 경계하고, 암을 ‘전쟁’에 빗대는 방식도 비판한다. 반면 바빈은 질병 자체를 은유화하기보다, 질병을 곁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음식과 사물(무쇠 팬)에 의미를 부여한다. 통제할 수 없는 병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삶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원제를 찾아보았다. 원제는 《All the Wild Hungers》로 ‘Wild’를 ‘맹렬한’으로 옮긴 점이 좋앆다. 허기는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싶은 마음, 곁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 평범한 하루를 계속 살아가고 싶은 마음처럼 느껴진다.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삶을 향한 허기는 더 맹렬해진다.
정말 좋은 여성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어머니의 항암이라는 사건을 하나의 서사로 만들기보다 음식과 계절, 가족의 일상 같은 작은 것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좋았다. 돌봄과 사랑이라는 단어에 담긴 마음을 오래 생각하게 한다. 질병과 죽음에 관한 책이지만 삶의 감각을 잃지 않는 에세이를 찾는 사람, 그리고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여성의 목소리로 쓰인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맹렬한 허기》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위 도서는 녹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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