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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일이 사라진 세상》 | 이진우 지음
나는 일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은 아니다. 생계를 위해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이 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없고, 자기계발에도 그다지 힘쓰지 않는다. 나이대에 비해 AI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고, AI가 발전하면 업무가 편리해진다는 이야기보다 전쟁이나 범죄에 이용되는 모습을 보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회사에서 AI 도입을 이유로 인원 감축이 진행되면서 이 책의 이야기가 조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일이 사라진 세상》은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라는 질문에서 더 나아간다. 저자가 묻는 것은 일이 사라진 뒤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일은 생계 수단인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감각과 타인과 관계 맺고 기여한다는 감각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기술 발전과 자동화가 일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고, 2부에서는 로크의 노동과 소유, 마르크스의 소외, 아렌트의 노동·작업·행위를 통해 노동의 의미를 짚는다. 3부에서는 기본소득과 부의 분배, 국가와 빅테크의 권력, 노동 이후의 여가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기술에서 출발한 책이 결국 인간의 삶과 사회를 묻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무척 탄탄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쓸모’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장 끔찍한 진실은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라는 문장을 읽으며 잠시 멈췄다. 나는 평소 나를 소개할 때 일로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만은 아니며,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감각까지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
아렌트의 사유도 오래 남았다. 노동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간에게 곧바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 외의 삶을 준비하지 못한 인간에게 남은 시간이 소비와 오락으로만 채워진다면, 해방은 또 다른 공허가 될 수 있다. 니체의 ‘자기 극복’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는 “진짜 비극은 ‘자기 극복의 종말’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AI에 맞서 인간의 일자리를 지켜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계가 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만큼 늘어난 자유를 무엇에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을 해야 하는 법은 배워왔지만, 일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배우는 일은 오히려 어렵게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일을 나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며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설명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결국 일이 사라진 세상을 준비한다는 것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만이 아니라, 일이 없어도 스스로 삶의 방향과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인간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말하는 ‘노동 이후’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지금부터 묻는 일이었다.
*위 도서는 다산북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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