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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평점 :
《존재의 대연쇄》 | 단요 지음
이전에 아서 O. 러브조이의 《존재의 대연쇄》에 대해 누군가 자세히 요약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같은 제목이기도 하고, 두 책이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러브조이의 책을 많이 떠올렸다. 러브조이가 신에서 인간, 동물, 식물,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모든 존재가 하나의 위계적 연쇄를 이룬다는 오래된 사유를 추적했다면, 단요의 《존재의 대연쇄》는 그 연쇄를 현대의 SF 안으로 가져온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러브조이의 책에 대한 정보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두 책 사이를 오가는 듯한 순간이 자주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하는 신의 생일」에서 그 연결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다. 유선전화 너머의 유하는 칼리굴라에게 신처럼 인식되지만, 유하에게 칼리굴라는 역사 속 한 인간일 뿐이다. 같은 존재가 누구의 위치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신이 되기도, 인간이 되기도 한다. 러브조이가 이야기한 존재의 위계가 이 작품에서는 관점과 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뒤집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나아가 단요의 상상력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신과 인간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 생명과 기계, 자연과 인공, 현실과 코드까지 서로 다른 것들을 한자리에 불러온다. 오래된 신화와 종교적 세계관에 컴퓨터과학과 미래 기술을 겹쳐 놓으면서 ‘존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여러 방향에서 던진다. 그래서 여섯 편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이면서도 어딘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단요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것도 비슷했다. 한 가지 세계관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분야와 소재를 끌어와 자기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인상이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 스펙트럼이 특히 넓게 느껴졌다.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으니 서로의 최애 단편이 다르기도 하고, 같은 작품에서도 각자가 발견한 연결점이 달라 더 재미있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순간마저도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굳이 같은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위 도서는 사계절로부터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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