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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블루스 ㅣ B사이드 아카이브 1
슬리만 카데르 지음, 이수원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오션 블루스》 | 슬리만 카데르 지음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다’는 띠지를 보고 ‘얼마나 웃긴 소설일까’ 기대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웃음이 멈추고 숨이 막히는 지점이 온다.
어떻게 이렇게 현실에 맞닿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해서 저자에 대해 찾아봤다. 슬리만 카데르는 평범한 작가가 아니다. 파리 교외 93구역에서 자란 알제리계 프랑스인으로, 여러 일을 전전하다 카리브해의 호화 크루즈선에 올라 실제로 ‘joker’라는 잡역부로 일했다. 8,000명이 타는 배에서 6,000명은 바다를 바라보는 관광객이고, 2,000명은 그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카데르는 joker로 일하며 주방과 세탁실, 청소 등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불려 다니며 배의 위와 아래를 모두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쓰기 어려운 장면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이야기를 무겁고 진지한 노동소설로 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특유의 거친 언어와 유머로 밀어붙인다.
관광객들에게는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즐기는 낭만적인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하루 10시간이 넘도록 일하고 햇빛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터다. 위에서는 끊임없이 파티가 열리는데 아래에서는 그 파티가 완벽하게 유지되도록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같은 배에 타고 있지만 그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문득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채플린은 가난과 노동, 부조리를 웃음으로 보여주었다. 그의 말처럼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오션 블루스》도 꼭 그랬다. 멀리서 보면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사건인데, 그 장면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노동과 생존이 놓여 있다. 웃음이 커질수록 그 웃음 뒤의 현실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어쩌면 작가가 이토록 웃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비참함을 강조하고 독자에게 연민을 요구하는 대신, 웃게 만든 뒤 그 웃음이 향하고 있던 곳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 비극을 팔지 않기에 불편한 현실도 끝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휴식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동이고,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수고다. 《오션 블루스》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크루즈선의 노동환경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하나의 거대한 배와 같다는 것. 누군가는 갑판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누군가는 그 갑판을 닦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지만, 누구나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웃으며 시작한 소설이 결국 내가 보지 못했던 풍경을 생각하게 했다.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숨 막히는 현실, 그것이 내가 《오션 블루스》에서 만난 바다였다.
*위 도서는 니케북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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