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결별하기》 | 도종환"초록은 회복력이 뛰어납니다. 연두를 만날 때와 다르게 초록을 만나면 이제 완연하게 제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책의 첫 장에서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초록을 회복의 색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참 도종환 시인답다고 느껴졌다. '우리 마음도 초록으로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바람은 책을 덮을 때까지 오래 마음에 남았다.그동안은 시를 통해서만 도종환 시인을 만났다. 에세이로 읽으니 시에서는 여백으로 남겨 두었던 생각들이 조금 더 다정한 목소리로 이어졌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상처를 견디는 태도, 나이 들어가는 마음까지. 문장 곳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연륜이 느껴졌고, 시인과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었다.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작품 자체보다 1954년생인 시인이 지금의 대중문화를 기꺼이 만나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읽어내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그 대목을 읽으며 오래전 독서모임에서 만난 한 분이 떠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눈빛이 반짝이던 중년의 남성이었다. 책 속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늙지 않는 법입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상처는 상처대로 안고 다시 푸른 잎을 키우는 것."도종환 시인은 상처를 지우기보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 문장은 책의 제목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문학이 상처를 없애 주지는 못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꿔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정하게 전해 주었다.*위 도서는 한길사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한길사 #도종환 #상처와결별하기 #에세이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