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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아밀(김지현) 옮김 / 허블 / 2026년 5월
평점 :
《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세라 마리아 그리핀의 《네 사랑을 먹어라》는 표현의 방식은 기괴하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아가’라는 식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처음엔 흥미롭고, 또 섬뜩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점점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이 진짜로 들여다보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갈망, 그리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소원이 나열되어 있다. 작가는 그런 결핍이 얼마나 쉽게 인간을 잠식하는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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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셸은 친구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질문에는 파티 모자를 쓴 도마뱀 사진을 보냈다. '얘들아, 주말 계획은 뭐야?'라는 질문에는 선글라스를 쓴 아기 염소 사진을 보냈다. 아예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점점 더 정신 나간 밈을 올리는 편이 쉬웠으니까.
셸은 파혼과 실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다.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셸만 혼자 멈춰버린 기분이다. 그는 대화 대신 밈 사진을 보내고, 자신의 실패를 농담처럼 흘려버린다. 그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처절하다. 사람들은 진짜 속마음 대신 가벼운 반응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깊은 대화보다는 밈과 짧은 안부로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셸의 모습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결핍을 숨긴 채 괜찮은 척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셸 앞에 나타나는 것이 꽃집 주인 네브와 식인 식물 아가다. 특히 아가는 의미심장한 존재다. 사랑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 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상대를 자신의 내부에 영원히 가두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은 기괴하지만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사람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잃지 않기 위해 서로를 조금씩 갉아먹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가는 단순한 식인 식물이 아니라 사랑과 집착, 돌봄과 잠식 사이를 넘나드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소설 속 사랑이 따뜻한 구원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누군가의 세계에 초대받고 싶어 하는 마음, “좋아”라는 말로 자신을 감싸고 싶어 하는 갈망이 관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셸이 꽃집 공동체 안에서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들조차 묘하게 불안한 이유다. 가장 외로운 순간의 인간은 자신을 해치는 것이 무엇인지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쉽게 끌리기 때문이다.
《네 사랑을 먹어라》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모양은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라기보다, 이미 썩어가기 시작한 꽃잎에서 풍기는 축축하고 달콤한 냄새에 가깝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맡게 되는 향처럼, 이 소설 역시 묘한 중독성을 남긴다. “사랑과 결핍, 그리고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인간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장르는 호러지만 책을 덮고 나면 아가와 셸, 네브 사이의 감정들이 놀라울 만큼 현실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 도서는 허블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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