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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
유성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4월
평점 :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유성운 지음
이전에 윌리엄 터너의 전시를 본 적이 있었다. 초기 작품은 형태와 경계가 비교적 또렷했지만,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려지고 빛과 안개가 뒤섞인 듯한 화풍으로 변해간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변화의 배경에 ‘기후’가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이후 엄청난 화산재와 가스가 대기 중에 퍼지며 유럽에는 긴 폭우와 뇌우, 음산한 날씨가 이어졌고, 터너는 그 기묘한 빛과 대기의 변화를 그림 속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단순히 화풍의 변화라고만 생각했던 작품들이 사실은 시대의 기후를 반영한 결과였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책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건 중국 하남성 이야기였다. 지금은 코끼리를 떠올리기 어려운 지역인데, 하남성을 뜻하는 한자 ‘豫’ 안에 코끼리를 의미하는 ‘象’이 들어간 이유를 기후와 연결해 설명한다. 과거 하남성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아열대 기후였고 실제로 코끼리가 살았다는 것이다. 갑골문과 유적, 언어 속 흔적을 통해 과거의 기후를 추적해가는 과정이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다. 화가들의 풍경화뿐 아니라 문자와 신화, 건축까지 모두 기후의 기록이라는 시선이 인상 깊었다. 책은 바로 이러한 흔적들을 모아 과거의 기후를 추적해간다. ‘예술은 가장 정교한 기후 데이터’라는 말이 책을 읽는 내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중세 온난기 덕분에 울창한 숲이 형성되고, 그 목재로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거대한 건축물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나, 소빙기로 인해 조선의 온돌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부분들도 흥미롭다.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축과 생활문화조차 결국 기후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단순히 메리 셸리가 친구들과 괴담을 나누다 탄생한 《프랑켄슈타인》의 배경에는 화산 폭발 이후 이어진 음산한 날씨가 계속되었다는 설명은 자연환경이 인간의 창작과 감수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기후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역사와 문학, 영화, 건축 같은 익숙한 콘텐츠와 연결해 설명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 변화 역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의 문화와 삶까지 바꾸게 될 흐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미래의 누군가는 지금 우리가 남기고 있는 콘텐츠 속에서 오늘의 기후를 다시 읽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위 도서는 메디치미디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