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마지막 획 ㅣ 사이림 sailim
청예 지음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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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의 마지막 획》 | 청예 지음

청예 작가의 소설은 늘 흡인력이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에 잠식되듯 빠져들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마지막 장에 다다라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그랬다.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 속에서도 문장의 밀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 필력이 그저 부럽게 느껴진다.

스스로를 반 고흐의 환생이라 말하는 공후, 그리고 그런 공후를 고갱의 환생이라 부르는 고경. 두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실존했던 두 화가의 과거와 공후와 고경의 현재가 겹겹이 포개지며 하나의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인물들의 가까워짐과 멀어짐, 그 미묘한 거리의 변화를 어떻게 그려내는지 지켜보는 일은 꽤 인상적이다. 공후와 고경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사이, 독자인 주인공이 준 하얀 캔버스 위에 나만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게 된다.

소설 속에는 여러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이를 돕듯, 책의 마지막에는 QR 코드를 통해 언급된 작품들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이야기를 다 읽은 뒤 QR을 따라가며 작품을 다시 되짚는 경험은, 독서를 한 번 더 확장시키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이어지는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이제 세상에 나올 이야기는 거의 다 나왔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일 것이다. 청예 작가는 익숙한 질문 위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균열을 내고, 그 틈 사이로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다음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당길지, 그 행보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

*위 도서는 열림원과 문학웹진 LIM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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