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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는 법 - 사실과 믿음 사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차병직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평점 :
⚖️ 《경계에 서는 법》 | 차병직 지음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독서모임을 통해 《경계에 서는 법》을 읽고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법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이해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뉴스에서 접하는 판결을 보며 가볍다거나 과하다고 쉽게 판단해왔지만,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법이 그렇게 단순한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
왜 바나나 껍질은 서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이고, 군산에서는 일반 쓰레기일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법이 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해석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동안 법을 명확한 정답처럼 여겨왔지만, 이 책은 오히려 법이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하나의 판단을 선택해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시선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공정함’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저자 차병직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959년생의 남성 법조인이라는 배경만 놓고 보면 다소 보수적인 인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그와는 다른 유연하고 열린 태도가 느껴졌다. 인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드러나고, 젠더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할 것처럼 읽혔다. 법을 권위적인 규범으로 내세우기보다,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로 바라보려는 시선이 글 곳곳에서 전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법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넘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살아가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독서모임이라는 방식으로 함께 읽었기에 각자의 생각이 더해져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고, 법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수정되고 논의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법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위 도서는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 기억하고 싶은 글
선량한 사람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부르던 시절에는 법을 두렵고 불편한 존재로 여겼다. 세월이 바뀌어 이제는 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친숙하게까지 가까이해야 할 일상의 환경으로 생각하기 는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법은 언젠가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믿는다. 내가 참을 수 없을 때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가 돼주고, 그 도구를 칼처럼 대신 휘둘러주는 기관 이 법원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법치주의일지 모른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을 여러 판사가 재판할 경우 결과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언뜻 그렇다고 여길 수 있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대답은 달라진다.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인정하는 사실도 달라진다. 법관은 법전이라는 이름의 창고에서 필요한 조문을 꺼내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적용하기 전에 해석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하나의 텍스트다. 선고 결과가 마냥 같을 수는 없다. 하나 의 사건이라도 누가, 언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헌법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것이다.
헌법은 나의 것인 동시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적의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불행도 비극도 아닌, 그저 주어진 현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