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딩
연소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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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웨딩》 | 연소민 지음

《노 웨딩》은 결혼을 다룬 소설이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쉽지 않은 삶 속에서도 자기 선택에 성실하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히듯, 이 소설은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세계를 향해 조심스럽게 건네는 하나의 대답처럼 느껴진다.

작품 속에는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비좁은 화장실 칸에 갇힌 신부를 상상하는 순간, “여자한테는 차가 필요하다”는 외침 같은 장면들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요구해온 역할과 체면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소설은 그것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보다, 조용히 비추어 보여준다.

윤아가 ‘노 웨딩’을 선택한 이유도 단순하지 않다. 가족을 숨기고 싶은 마음, 돈에 대한 감각, 축복의 자리에서 느끼는 어색함까지. 그 선택에는 솔직하지만 쉽게 말로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이 겹겹이 얽혀 있다.

특히 결혼 준비를 “달콤한 케이크”가 아니라 “끝없이 쏟아지는 반죽을 치우는 노동”에 비유하는 대목은 오래 남는다. 식을 생략하면 조금은 가벼워질 거라 생각했던 결정은 오히려 상견례와 부모의 기대, 주변의 질문 속에서 또 다른 무게를 얻는다. 결혼은 미래로 향하는 출발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기억과 가족사를 불러오는 사건이 된다. 감추고 싶었던 마음, 설명해야 하는 선택, 감당해야 할 관계가 겹쳐지며 ‘노 웨딩’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연소민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감정의 결은 또렷하다. 일상의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불안, 확신과 망설임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결혼을 찬반의 문제로 나누기보다, 그 안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선택을 감당해가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결국 『노 웨딩』은 묻는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어떤 관계를 가족이라 부를 것인가. 결혼을 앞둔 사람뿐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내려본 적 있는 독자라면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게 될 것이다.


🔖 소설 속 문장들

“결혼식을 생각하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작은 화장실 칸 에 갇혀 있는 신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긴 드레스를 양팔로 돌돌 올려 잡고 겨우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는 데, 부케의 칼라 꽃처럼 새하얀 드레스에 노란 소변이 튀고 마는 멜랑콜리한 상상을.”

“내가 노 웨딩을 택한 진짜 이유는 가족을 숨기고 싶은 마음과 돈에 대한 인색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식을 올리는 건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치부하고 열망을 폐기한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 또한 솔직한 나의 면모였다.”

“이제는 결혼 준비가 산뜻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달콤한 케이크를 만드는 일 같을 줄 알았지만, 막상 해 보니 밀가루 반죽을 쏟고 치우길 반복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동에 가까웠다.”


*위 도서는 자음과모음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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