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없는 세상 라임 그림 동화 35
쥘리에트 아담 지음, 모렌 푸아뇨네크 그림,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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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없는 세상, 온 세상의 색이 사라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여기 해바라기처럼 노란 색깔을 환하게 밝히며 창문을 바라보는 어린 친구 솔린이 있어요. 솔린은 이 세상이 매우 좋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답니다. 커피를 식히는 엄마를 바라보는 것도, 우유에 폭신한 거품을 만드는 아빠의 모습도, 레모네이드에 맺힌 공기 방울,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 하늘에 반짝이는 별, 시리얼 상자, 불꽃 놀이, 가로등과 동화책 솔린을 둘러싼 세상의 작고 평범한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슬프고 심각한 회색빛 얼굴을 가진 엄마 아빠는 솔린의 친구들마저 점점 회색으로 변해가는데 혼자만 황금빛 노랑을 밝히는 솔린이 무척 걱정스러웠답니다.

솔린의 부모님은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씁쓸해 박사님에게 솔린을 데려가 솔린도 회색처럼 바뀌길 바랐어요. 솔린은 씁쓸해 박사님의 안내에 따라 까마귀 날개가 달린 기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 여행을 떠납니다. 솔린은 과연 어떤 세상을 만날까요? 솔린은 빗방울이 쏟아지고 번개가 치는 폭풍우를 만나고, 걸어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대나무 미로 속을 지나서 불타는 사막과 눈 덮힌 숲을 거쳐 마침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 갖히고 맙니다. 그럴 때마다 씁쓸해 박사님은 세상은 예측할 수 없이 불안하고,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으며, 세상은 결코 조화롭지 않으며, 절대로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없고, 때로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 버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있다고 경고합니다.

솔린은 씁쓸해 박사님의 무서운 경고에 휩쓸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고양이와 함께 손전등의 불을 밝히며 어둠 속을 헤쳐나갑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솔린을 둘러싼 세상을 온전히 만나고 느끼며 세상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발견합니다. 얇은 펜으로 그린 윤곽에 밝고 맑은 색상으로 채색한 모렌 퓨아노네크 작가의 그림은 획일화되고 규격화된 세상을 거부하고 개성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고유한 자기 색깔을 지켜나가는 황금빛 노랑인 솔린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씁쓸해 박사님은 반복하고 강조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독자와 앞으로 어른이 될 독자 모두에게 그림책은 말합니다. 용기를 갖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한다면 잃어버린 색깔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요.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지혜를요.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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