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는 독서를 "관점 취하기 perspective-taking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책을 쓰는 이들은 이미 있는 것들의 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점을 발명한다. 타인이 쓴 책을 읽는 행위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 그의 시선으로 보기, 그의 입장에서생각하기와 같다. 책읽기는 누군가의 관점을 빌려 세상과 사물을 보고, 감정 이입empathy 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타인이 빚어낸 이앎의 집적체를 뒤적이고 읽는 것은 낯선 사람, 나와 다른 감각의 존재, 즉 외국인, 탐험가, 역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며 편협한 주관성을 벗어나서 타자와의 공감 능력, 타자의 이해와 앞을 내 것으로 취하면서 문해 능력을 확장한다. 바우만에게서 나는 어떤 관점을 취했던가? 오후에는 액체근대를 서가에서 꺼내 다시 읽었다.
p30

이 불행한 나라에서 사는 우리가 행복을 거머쥐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바디우는 철학과 그 욕망을 자극하는 "참의 정동情動" 으로서의 행복을 다룬다. 행복은 "진리들에 이르는 모든 통로를 가리키는 틀림없는 표지" 이거나, "미덕의 보상이 아니라 미덕 그 자체" 이다. 행복은 사랑, 봉기, 시가 그렇듯이 어쩌 면 "우연한 마주침"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실재적 행복은 우연한 마주침에서 나타나며, 행복해져야 할 필연성이란 결코 실존하지 않는다."
p72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 속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숨쉬던 것이 숨을 멈춘 것, 움직임을 멈춘 것, 몸에 깃든 시간을 멈춘것, 걸음을 멈추고 고양이의 탈을 쓴 죽음을 한참 바라보았다. 한계울의 칼바람처럼 세상이 네게 그랬겠구나, 어린 고양이야. 밤에 장 그르니에의 『섬을 찾았다. 그중 「고양이 물루 라는 글을 읽었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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