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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노래한다
엘리 라킨 지음, 김현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6월
평점 :
우리말로 4월을 나타내는 에이프릴. 꽃이 피고 새들이 찾아오는 4월이건만 에이프릴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녀가 어릴 때 엄마는 가족을 떠나버렸고 아빠는 이제 16살 밖에 되지 않은 에이프릴을 캠핑카에 외롭게 남겨두고 다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가버린다. 그런데 에이프릴에게는 그녀를 아껴주는 마고 식당의 주인 마고 아줌마가 있고 기타만 있으면 그다지 외롭진 않다. 작곡과 노래에 재능이 있는 에이프릴은 친구도 없고 제대로 풀리지 않는 수학 과목만 중요시하는 고등학교를 그만둬버린다.
아빠의 여자친구인 아이린은 에이프릴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듯 보이지만 에이프릴은 그녀를 적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빠를 뺏어간 여자, 그러나 아이린과의 다툼이 있었던 날, 아빠는 캠핑카로 찾아와서는 에이프릴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때였을까? 그동안 작은 마을 리틀 리버에서 느꼈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 등등이 에이프릴의 마음속에서 폭발해버린다. 그녀는 아빠가 아이린에게 사준 차를 몰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그녀는 다시는 리틀 리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정처 없이 떠나가던 길에 알게 된 지역 이타카에 머물게 되는 에이프릴. 하지만 16살인 에이프릴에게 뭐가 있었겠는가? 그녀는 굶주리고, 차에서 잠을 자고, 차가운 물이 마치 바늘처럼 느껴지는 캠프장 공용 샤워시설에서 샤워를 하고, 가짜 신분증을 만든다. 그녀는 카페 데카당스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고 잠시나마 안정을 얻게 된다. 비록 직장이긴 하지만 바리스타 칼리와 진한 우정을 쌓게 되고 애덤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낯선 땅의 낯선 사람에게서 받게 되는 에이프릴,, 그러나 결국 에이프릴은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아직 그녀는 배워야 할 게 많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에이프릴의 삶이 정말 고단하게 느껴졌다. 그 어린 나이 – 스무살이 되지 않은 나이 –에 낯선 곳에 정착하고 일자리를 얻고 그러다가 또 떠돌아다니고.. 돈이 떨어지면 공연할 장소를 찾고 아니면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도대체 전생에 이 아이가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인생이 그녀에게 이렇게 큰 짐과 고생을 안겨주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있으니 조카를 보는 듯 친구 딸을 보는 듯 에이프릴이 너무 안쓰러웠다. 어떻게 십 대 아이가 이렇게 살 수 있나.. 노숙자와 다름없는 삶..
이타카에서 만난 애덤은 정말 친절하고 착한 남자였기에 잠시나마 에이프릴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그 이후엔 나쁜 남자들을 만나서 다치거나 방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한번 느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이프릴은 고향인 리틀 리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깊다. 세상은 아직도 정말 착하고 친절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피를 나눈 가족들은 그녀를 버렸지만 길에서 만난 인연들을 그녀를 소중히 대해줬다.
소설 [에이프릴은 노래한다]는 성장소설이고 음악 소설이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대중 가수는 아니지만 에이프릴이 부르는 노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에게 감동을 준다. 가족으로부터 더 큰 고통과 아픔을 받았던 십 대 시절, 그녀는 길을 떠났고 사람들을 만나 사랑을 배운다. 상처 입고 다시 고통을 받고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길을 떠난다. 너무나 고되고 힘든 삶이었지만 어쨌든 그것은 자신이 선택하여 이룬 삶이었고 그녀는 정말 사랑이 넘치는 진짜 가족을 만들게 된다.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황량했던 겨울밤에 정처 없이 걷던 아이가 따뜻한 집을 발견한 이야기랄까? 그저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책이 굉장히 두껍고 이야기가 길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고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성장 드라마 [에이프릴은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