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
이다정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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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짝 스매싱은 참아도 혼술은 못 참지!”

대학 동기 중에 성격 털털하고 참 잘 웃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이 녀석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기 때문에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불안불안하다. 곧 알코올성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치매는 모든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더 빨리 걸릴 수도 있다. 매일, 매주, 매달.. 술과 함께 하는 이 친구는 그 즐거운 순간을 이용해서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항상 눈을 반짝이며 세상을 향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다.

이 책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를 읽으니 그 친구 얼굴이 떠올랐다. 삶에 낙관적이고 솔직하면서도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흘려들을 것이 없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사고방식!! 너무나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무임승차? 무임술차? 제목이 굉장히 센스 있었다. 그리고 삶을 일반인들과 약간 다르게 바라보고 어쩌면 좀 더 삐딱하게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고 싶었기도 하다.

역시 이 책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베짱이처럼, 작가는 본인을 백수에, 결혼 가능성이 별로 없는 노처녀 등등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내 눈에는 굉장히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으로 보였다. 20대 초반에 거친 알바 - 예식장 알바, 편의점 알바, 풍선 나눠주기 등등등 - 만 해도 십여 가지가 넘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나 정서적 독립은 이미 마친 상태라고 하니.... 역시 이 작가는 본인이 설계한 대로의 삶을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다.

혼술을 즐기는 백수의 삶을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잔잔하게 그린 평범한 에세이 같긴 하지만 대단히 통찰력 있다고 느껴지는 문장들이 많아서 소개해 본다.

“ 사실은 철이 없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 않다. 40대가 되어도 그런 말을 듣고 싶다. 진지한 이 세상 진짜 철들면 병난다. 난 남들보다 조금 덜 무겁게 살아갈 뿐이다. 덜 고민하고, 덜 슬퍼하고, 덜 노력하고, 덜 걱정한다 ”

“ 먼 미래의 꿈을 그리기엔 너무 벅차지만 하루하루를 그리는 건 자신 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목표는 항상 낮게 잡는다. 그래서 내 목표 달성률은 늘 100퍼센트다. ”

“ 난 늘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주문을 외운다. 그렇게 해도 잘 안되는 게 인생사인데 우울함에 사로잡혀 망가지기는 싫다 ”

“ 나에게 결혼은 꼭 밤 12시에 생각나는 라면 같은 거다. 몸에 안 좋은 걸 알지만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음식. 야식은 먹어도 후회되고 안 먹어도 후회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

결혼을 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작가의 말이 정말 맞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ㅋㅋㅋ 작가의 말에 공감되는 게 너무 많아서 웃어가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뭐랄까? 정말 친한 후배나 나이 어린 친구와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 우리들 대부분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아등바등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행복이란 게 뭔지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조금만 삐딱하게, 조금만 덜 걱정하면서 살아가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볍지만 통찰력 있고, 코믹한 반면 진지한 맛이 있는 그런 일상 코믹 에세이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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