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의 밤 안전가옥 FIC-PICK 6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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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괴자들의 밤]은 ' 미스 마플 클럽 '이라는 여성 장르 작가들의 모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작품들로 만났던 유명 작가들의 이름이 보여서 반가웠다. 아직도 일본에 비해서는 추미스 장르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우리 출판계 상황에서 이런 분들이 활발하게 활약해 주시는 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실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어서일까?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각 이야기가 매우 탄탄하고 물 흐르듯이 읽힌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 구성이 매우 짜임새 있고 독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감이 넘친다. [파괴자들의 밤]에 수록된 모든 이야기가 다 마음에 들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어릴 적 주희는 사느라 바쁜 부모님이 할머니에게 맡겨놓은 탓에 줄곧 할머니 댁에서 살고 있었다. 할머니를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낯선 나물들을 캐는 기쁨이 있었기에 그리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독이 있는 나물을 버리지 않고 항상 다른 곳에 고이 모셔두었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고... 그리고 현재, 주희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집적거리는 남자 회원들을 피해 여성 회원들만 있는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여성 회원을 스토킹하는 전 남자 친구를 따라가 전기 충격기로 지지고 죽기 전까지 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제발 조용히 가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입을 나불거리는 택시 기사가 거슬리는 찰나, 그녀의 눈빛이 이글거리는데...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십 대 청소년인 김윤주는 서정우라는 어린아이를 꼬셔서 집으로 데려간 뒤 목을 졸라 죽인다. 싱글 맘인 엄마와 함께 살던 정우는, 항상 할머니가 학교로 데리러 왔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할머니는 중국 여행을 간 상황이었고, 정우를 데리러 가기로 했었던 삼촌은 아이가 학교를 마치는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살인범과 길이 엇갈린 상황이었다. 김윤주를 조사하던 이규영은 혼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김윤주의 말과 사건의 정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살인이 일어났던 그날, 왜 하필이면 삼촌이 학교에 늦었고 할머니는 중국 여행을 갔던 걸까? 이것저것 조사해 보던 이규영은 김윤주가 남긴 SNS 멘션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얻게 되는데....





[근데 누가 죽였을까?} 3년 전 실종되었던 김민규 교수가 버려진 컨테이너에서 거의 미라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곤 주인공 한경이 속한 단톡방이 시끄러워진다. 그 단톡방은 예전에 김민규 교수 밑에서 일하던 연구원들이 모인 곳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3년 전에 그를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했던 하경미 경위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오면서 또다시 그를 향한 조사가 시작되는 것 같다. 사실 한경은 김민규 교수가 살아있을 당시 그와 많은 갈등을 겪었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그는, 김민규 교수가 지도교수랍시고 휘두르는 권력 남용과 폭언, 연구비 사적 사용 등을 참지 못하고 그와 대척을 해온 상태였다. 당연히 그가 용의자로 지목될 수밖에..... 그뿐 아니라 당시 유일한 목격자의 발언인 " 손목에 나뭇가지가 있었다 "라는 것도 그와 상관이 있었다. 한경의 왼쪽 손목에 식물 줄기의 문신이 있었던 것... 과연 그가 살인범이 맞는 것인가?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의 영역은 대부분 남성의 것이었는데, 이제 우리 장르 문학계에서 새 바람이 부는 것인가? 거침없이 피를 보고야 마는 거친 여자들의 등장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접근이라고 느껴질 만큼, 이 단편 소설 속 여성 빌런들은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고 계획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난도질한다. 최근에 벌어진 아동 살인 사건이 떠오르는 대목도 있었고, 예전에 한 도시 전체를 벌벌 떨게 만든 연쇄 살인범이 떠오르는 대목도 있었다. 나는 특히 홍선주 작가의 작품 [근데 누가 죽였을까]가 인상 깊었는데, 누군가의 철저한 계획, 기다림, 눈물 그리고 정확한 실행 등등이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치밀하게 계획을 짠 주인공처럼, 작가가 짠 치밀한 플롯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정말 재미있었다. 진짜 무시무시한 여성 빌런의 등장을 보고 싶다면 이 책 [파괴자들의 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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