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3일의 생존 기록
김지수 지음 / 담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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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을 사랑하기로 했다

간절함이 낳은 '불리할수록 더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은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경쟁력이 되었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밝고 찬란한 봄이 왔다가도 어느새 춥고 황량한 겨울이 다가올 수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삶의 고비를 넘어가면서 살아간다. 그 당시에는 힘들어 죽을 것 같겠지만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힘든 시기로 인해서 더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3923일의 생존기록, 이 제목을 읽고 나는 망망대해에서 난파를 당한 배와 그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한 승객을 떠올렸다. 저자 김지수씨는 20대부터 우울,공황,불안을 앓아왔다고 한다. 이 책에는 보건의료 전문기자로써 당차고 바쁘게 살아온 김지수씨의 봄과 정신적으로 힘들어져서 치료를 받게 되는 겨울에 대한 내용이 번갈아서 나온다.

1장 [보건의료 전문기자입니다]에서부터 저자가 겪은 힘들었던 시간이 펼쳐진다. 출근길에 풀메이크업을 한 저자가 비닐 봉지를 항상 휴대해야했던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사람들로 붐비는 출근길과 퇴근길에 공황장애가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비닐봉지에 대고 숨을 쉬어야 편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술에 취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오직 호흡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이외에도 정신 병원에 스스로 입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불안, 우울 그리고 조현병에 시달리는 젊은 환자들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보여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신체적 고통도 힘들지만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도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장 [삶은 명사가 아니다]에서는 젊은 시절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했던 저자의 모습이 나온다. 대학 시절엔 10개가 넘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고, 한때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직접 드라마 PD에게 찾아가기도 한 그녀의 당차고 열띤 모습이 묘사된다. 학업에 신경써도 모자랄 시간인데 그렇게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다는게 놀라웠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1분 1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었다. 방송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녀가 투자한 1만 시간! 아나운서의 꿈을 품고 방송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 그녀는 수업 시작 최소 1~2시간 전에 도착해서 방송 실습실에 들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습했다고 한다.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았던 그녀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보이는 듯 했다.

3장과 4장에서는 언론사에 합격하고 원하는 기자가 되고 대형 언론사에서 아나운서까지 맡게된 저자의 삶이 묘사된다. 기자라고 해서 특권 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모두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근무하는 동안 벌어졌던 에피소드 - 실수했던 일이나 왕따당했던 일 - 을 가감없이 풀어내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저자에게서 받은 인상은, 매번 최선을 다해서 임하는 사람, 그러나 마음이 좀 약한 편이어서 상처도 잘 받을 수 있는 사람, 그러나 밝고 따뜻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 즉 인간적으로 풍부한 사람이다! 라는 것이었다. 본인의 정신적 질환을 여기서 풀어내는 이유도 사람들이 정신 질환이라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본인의 인생을 표현할 때 " 아모르 파티! " 라는 문구를 쓰는 걸 보고,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뜨겁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끌어안기로 했다는 저자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그 누구보다도 아팠던 저자 김지수씨. 그녀의 책은 참 소탈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혹시 주위에 우울증이나 공황 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꼭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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