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 - 노래로 알아보는 마음의 작동 방식
박진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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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내가 좋아한 노래는 " 별이 진다네 " 였다. 연애나 취업 걱정 등으로 마음이 혼란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게 차분해지면서 혼란스러움이 가라앉았던 것 같다. 지금은 활동이 뜸하신 것 같은데 통기타 가수 이한철씨의 " 수퍼스타 " 라는 노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었었다. 걱정에 사로잡히면 나도 모르게 " 수퍼스타 " 속 가사 한 구절 " 괜찮아~ 잘 될거야 " 라고 흥얼거렸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큰 걱정이 없는지 즐겨듣는 노래는 없는데, 음악에는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있다.

글쓴이 박진우씨도 음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감정 변화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직장인의 심리적 안녕감과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심리적 연구 성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애쓰시는 일을 주로 하신다. 이 책은 대중 음악을 예로 들고 있는데, 그냥 들으면 흘려들을 수 있는 가사들을 뇌과학과 심리적 이론과 접목시켜서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외향인과 내향인을 명확하게 구분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지독한 내향인인 내가 왜 특정 노래 가사에 크게 반응했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 그렇다면 술은 어떻게 때로는 진심을 자아내고, 또 때로는 실수를 유발하는 것일까? 그리고 술기운에 하는 행동을 진심이라고 믿는 것이 맞는 걸까? 술이 유발하는 상반된 효과를 이해하려면 뇌과학과 심리학이 필요하다 " -85쪽-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외향적인 사람은 각성의 임계점이 높고, 내향적인 사람은 각성의 임계점이 낮다고 한다. 즉, 물의 끓는 점은 100도 인데, 만일 임계점이 높아 끓는점이 150도라면 더 많은 열에너지가 이썽야 하고, 임계점이 낮아 끓는점이 50도라면 적은 양의 열에너지만 있어도 된다는 것. 외향형은 많은 외부자극을 받아야 각성이 되는 편이고, 내향형은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다는 것이다. [취중 진담]은 그래서 평소에 하지 못하는 말을 약간의 알코올만 들어가도 쉽게 취할 수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는 내향형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고 한다. 어쩐지... 이 노래가 평소에 좋았던 이유가 있었다.

"신호등 " 에 등장한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와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는 단순히 노란불의 모호함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걸 견딜 만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신호등이라는 사회시스템을 만든 어른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P. 45

아이젠버거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면 신체적 고통이 완화되는 것처럼, 진통제가 실연의 아픔을 줄여줄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실연의 아픔, 배신의 고통, 따돌림의 상처를 더 잘 극복했다. 두통에도 타이레놀이 맞지만, 실연에도 타이레놀이다. P. 127~128

사회 초년생인 20대 이무진 가수가 발표한 노래 [신호등]을 예로 들면서 인간의 심리 중 기본적 성향이 불안과 애매모호함을 싫어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마시멜로우 실험을 통해서 몇몇 아이들이 불안정한 실험 환경을 믿지 못하고 마시멜로우를 집어먹은 상황이 오늘날 사회 초년생들이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을 불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론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Love hurts 라는 팝송에서처럼 인간은 신체적 고통과 감정적 고통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감정적 고통도 타이레놀과 같은 약으로 치유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점도 흥미로웠다. 저자 박진우 선생님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대중적인 노래를 가지고 사람들의 심리를 재미있게 설명해주신 것 같다. 음악이 감정 분야인데 반해서 이 책은 감정을 논리와 과학으로 설명하는 이성 분야라고 느껴졌다. 노래로 알아보는 마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해주는 이 책을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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