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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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체육 다음으로 좋아했던 과목이 생물이었다. 지금은 당시 뭘 배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생물 시간에 유독 활발하게 수업에 참가했었던 것 같다. 생물 선생님이 굉장히 설명도 잘 해주시고 유머감각이 뛰어나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내가 유독 생명의 탄생? 미생물 분열? 등등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삶에 치여서 학문이라면 어느덧 손사래를 치게 되었지만 생물학은 좀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 된장, 고추장, 요구르트 같은 발효 음식이 왜 우리 몸에 좋은 지도 알고 싶고. 다 건강하게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특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동안 계속 궁금했던 주제 [인간 게놈 프로젝트 / 미생물 / 세포]라는 굵직한 주제를 기반으로 글이 쓰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님이시라는 데서 약간 불길한 예감이 오긴 했지만... 이 책 굉장히 전문적이고 디테일하다. 예를 들자면, [1장 : 세포]에는 우리 몸을 이루는 각 세포들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여기에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에 대한 내용이 있다. 평소에 뇌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에 자세히 읽어보려 했는데 갑자기 축삭돌기, 가지돌기라는 개념이 나오더니 막전위, 소듐, 포타슘, 탈분극, 활동 전위 등등등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내 뇌주름을 괴롭혔다.

이런 식으로 매번 영혼이 탈탈 털리는 경험을 하다 보니, 각 장의 전문 지식이 있는 부분은 조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고 각 장 뒷부분에 있는 [쓸모 있는 생물학 개념]이라는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하게 읽었다. 이 부분에는 전문 지식보다는 일반인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재미있는 상식 위주로 글이 실려 있다. 예를 들자면, 43쪽 [마법에서 과학으로, 미생물 원인설]에서는 중세 영국 사람들이 철새 흰 뺨 기러기가 왜 따개비라는 조개에서 태어났다고 믿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사람들은 새들이 갑자기 해변에 나타난 것과 깃털 색깔이 따개비의 색깔과 비슷한 것에 착안하여 조개에서 새가 나왔다고 믿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 발전으로 미루어봤을 때는 허무맹랑한 믿음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장 박멸의 시대에서 팬데믹 시대의 생존 지식으로 : 미생물]에서는 미생물 분야의 아버지 파스퇴르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그는 결혼 10주년 되던 1859년에 장티푸스로 인해 큰딸을 잃게 된다. 이후로 그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찾아내고 없애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밝히면서 연구에 전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탄저병으로 죽은 소의 사체에서 분리한 세균이 장티푸스의 원인이라고 밝힌 과학자는 파스퇴르가 아니고 독일 의사 로베르트 코흐였다고 한다. 이름 없는 연구자였던 그가 '미생물 원인설'을 입증하며 혜성처럼 등장하여 학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어쨌든 파스퇴르를 비롯한 유수의 학자들이 미생물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전염병 예방에 큰 업적을 남겼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조금 어렵다. 생물학을 전공해서 어느 정도 개념에 익숙한 사람들이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일반인들은 우선 개념 정리부터 하고 읽어야 겨우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책의 수준이 굉장히 높고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기에 생물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될 책인 것 같다.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쓸모 있는 생물학 개념]에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내용도 실려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자면, 갈색지방세포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살이 더 잘 빠진다는 것. 그래서 갈색지방세포를 자극해 비떨림 열발생을 촉진함으로써 여분의 칼로리를 태우는 방법을 찾는 것이 다이어트 연구자들의 목표라고 한다. 나에게는 약간 어려웠던 책 [생물학의 쓸모] 그러나 생물에 대해 좀 더 전문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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