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윤설 지음 / 메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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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에 알아서 음식을 관리하는 냉장고까지... 우리의 삶 곳곳 인공 지능이 파고들지 않는 곳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인공 지능과 인간을 뚜렷이 구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만약에 인공 지능이 담당하는 범위가 커지게 되고 무엇이 인간의 의식인지 인공 지능의 부분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사회가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일으킨 역작용이자 거대한 비극이 아닐까? 소설 [오프]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 - 감정, 정서 등등 -에 파고들며 주체성을 가지게 되는 인공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편리한 삶을 살기 위해서 “ 기술 ”이라는 하인을 고용했지만 하인이 주인을 부리는 듯한 이 주객전도의 상황!! 앞으로 펼쳐질지도 모르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은 그래서 무서웠다.

소설 [오프]는 지금보다는 상당히 기술적으로 발전한 시대를 보여준다. 주인공 해준은 가상 현실 속에서 사랑을 경험해 주게 도와주는 인공 지능 플랫폼인 “ 러브 온 ”의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다. 15년 전 “ 러브 온 ” 이 생긴 후, 가상 현실 속에서 인공 지능과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현실에서의 사랑을 추구하지 않는다. 연애라는 말도, 결혼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된 상황. 연애 소설은 유물이 되었고 이제는 성적 만족이 곧 사랑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그러나 결혼이 사라진 세상에서 결혼을 선택했고 로봇의 인공 자궁 대신에 자연스러운 출산을 택했던 해준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영향인지, 해준은 알게 모르게 인공 지능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이 완벽하게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때 옆집 여자가 해준이 살고 있는 집의 문을 두드린다. 알고 보니 그녀는 “ 트랜스 휴먼 ”이라는 새로운 종족인데, 두뇌 속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나노 칩을 이식한 사람이다. 인터넷이 끊기자 그녀는 갑자기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던 주위 세상이 모두 사라진 느낌을 받게 되고 너무나 끔찍한 공포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해준의 집에 달려오게 된 그녀. 그런데, 그날 그들은 서로에게서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사랑을 나누게 되며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강렬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사실 진정한 사랑을 현실에서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 TV에서 허구한 날 솔로들이 연인을 찾는 방송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사랑 " 을 정의 내리기도 어렵고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하더라도 지키기도 굉장히 어렵다. 이런 시대에 온라인으로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설정하여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러브 플랫폼이라니! 생각만 해도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그런 사랑에 익숙했던 해준과 옆집 여자 나미가 현실에서 만나 강렬하게 서로에게 이끌렸던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하지만 디지털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연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왠지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컴퓨터와 직접 교류하기로 결정한 트랜스 휴먼인 나미뿐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컴퓨터, 온라인, 그리고 인공 지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행위 " 같다. 내 눈에 이들이 찾아 헤매는 것은 " 진정한 사랑 "인데 그것을 애먼 곳에서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넘본다는 주제의 소설 [오프] 색다른 주제와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 덕분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앞으로 진짜 이런 세상이 오게 될까 봐 조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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