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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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형태의 더티 워크에 나타나는 공통점 하나는 그것들이 숨겨져 있어서 '선량한 사람들'이 더 쉽게 눈 감을 수 있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저분하거나 끔찍한 것을 목격하지 않으려는 욕망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다 “

더티 워크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 떠올렸던 것은 도시의 쓰레기나 오물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루는 더티 워크는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 특히 "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라고 여겨져서 일반인들이 불쾌하게 여기고 외면하기에 더욱더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바로 더티 워크였다.

저자 이얼 프레스는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은 결코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는 더티 워크를 이렇게 정의한다. " 폭력을 통해서 사람, 동물 그리고 환경에 상당한 위해를 가하는 일 그리고 점잖은 사회 구성원들의 눈에 더럽고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노동 " 실제로 더티 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낮게 평가되는 것과 스스로 가치관과 윤리를 어기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교도소 정신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 - 교도관과 정신교육 상담사 - 에서부터 드론 공습의 영상 분석가가 담당하는 사람들과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담당하는 도축 노동자 이야기 그리고 화석 연료를 시추하는 파쇄하는 더티 워커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 이얼 프레스는 밀착 취재와 인터뷰 등을 통해서 더티 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도덕적, 심리적 타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실제로 벌어진 사례들과 그로 인해 누군가가 겪어야 했던 트라우마까지 보이면서 훨씬 더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플로리다주 데이트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의 학대로 레이니라는 재소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당시 그곳에서 근무했던 상담사 해리엇은 교도관들로부터 받은 협박과 암묵적인 규칙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입을 다문 대가로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뭉텅 빠지는 바람에 가발을 써야만 했다.

처음에 이 사망 사건의 사례를 읽었을 땐 교도관들의 책임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정신도 온전치 않은 재소자들에게 과연 폭력과 학대라는 방법 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걸까? 그런데 책을 계속 읽어내려가다 보니 이것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직접적 가해자들의 책임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선 이런 문제를 아예 공론화하지 않는 언론도 그렇고, 세금의 많은 부분을 이런 분야에 지원하지 않는 정부도 문제였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바로, 불쾌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외면해 버리는 대중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즉, 우리들, 관심을 가지지 않는 대다수의 " 선량한 국민들 " 탓이라는 생각 말이다.

일본이 군국주의 사상을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나 독일이 나치를 앞세워서 세계 정복의 꿈을 꿀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대다수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국민들 탓은 아니었을까? 불만을 품고 있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 그저 더티 워크 종사자들을 비난하고 무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바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자 이얼 프레스는 미국의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 기자라고 한다.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를 이렇게 환기시켜주다니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그가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교도소에서 학대를 가하는 자와 받는 자 그리고 외면하는 자의 고통, 드론 공격으로 인해 여성, 어린이 등 무고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죽음, 도축 산업으로 인해 벌어지는 환경 파괴 등등등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문제를 외면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외면한 하나의 고통이 수십, 수백, 수만 배가 되어서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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