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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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시인이자 선구적인 요리 작가인 일라이저 액턴과 그녀의 조수인 앤 커비의 실제 모습에 대한 책이다. 그들은 함께 힘을 합쳐서 “ 역대 최고의 영국 요리책 ”이라고 알려진 요리책을 작업했다. 이 책은 나중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중에 나온 그녀의 책들도 현대의 요리 작가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1837년 영국, 서른여섯 살의 일라이저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출판사에서 자신의 시를 출판할 것을 꿈꾼다. 그러나 출판사는 당시 여성들에게 더 적합할 듯한 요리책을 써보라는 요청을 한다. 이 제안에 기분도 나쁘고 속이 상했던 그녀는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아버지 회사의 부도 소식이 들리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일라이저의 오랜 꿈이었던 시집 발간... 그러나 이제 그녀는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요리책 저자들이 쓴 요리책 속 계량은 부정확하고 레시피 자체가 입맛을 돋우는 것 같지 않다. 그들 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일라이저, 이제 그녀를 도와서 요리 연구를 함께해 줄 조수가 필요하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전쟁터에서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돌보며 사는 17살 앤. 아무 희망 없이 살고 있던 앤에게 목사님은 톤브리지에 새로 이사 온 한 가정집에서 보조 가정부 자리를 추천한다. 자신이 결손 가정 출신인 것을 알면 자신을 고용할 것을 꺼릴까 봐 두려워하는 앤. 그러나 따뜻하고 친절한 일라이저의 태도에 감동한 앤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부풀게 된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일라이저는 기존의 요리책들에 쓰인 레시피가 산만하고 늘어지고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레시피는 시처럼 간결하고 정확하고 정연해야 하는 법! 그녀는 재료들을 따로 - 정확한 분량과 함께 - 목록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앤의 도움을 받아서 같은 레시피라도 약간의 변화를 주어 새로운 요리를 여러 번 탄생시킨다. 요리 시간을 조금 조정하고, 양념의 양을 조절하여 사람들의 입맛에 가장 맞을 수 있는 요리법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앤도 일라이저의 지도에 따라 주방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게 되면서 일라이저의 레시피에 약간 변형을 주는 일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일라이저와 앤이 번갈아가면서 화자로 등장하는 이 소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두 여자의 서로에 대한 애정이 담긴 우정과 요리의 즐거움 그리고 독창성을 넣어서 만든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준다. 1860년 당시 독신 여성들의 경우 인생에 대한 선택의 범위가 그리 넓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투쟁한다. 진정한 독립을 위해.

두 여자의 우정과 그들이 힘을 합쳐서 이뤄내는 모든 것들은 굉장히 감동적이다. 일라이저는 불우한 환경에 처해서 힘들어하던 앤을 따뜻하게 격려해 주고 힘이 되어준다. 앤은 일라이저의 따뜻함과 친절함에 대단히 감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부모님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앤은 강한 여자이고 그녀를 힘들게 한 과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감각적인 즐거움을 안겨준다. 두 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재료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풍부하고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가득한 부엌에 그녀들과 함께 서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다채로운 각각의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에 대해 읽고 있자니 입안에서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일라이저가 6가지 코스로 이루어진 프랑스식 저녁 식사를 맛보는 장면에서 그녀는 굉장히 천천히 맛을 보면서 레시피의 정교함을 완전체로, 있는 그대로 느끼고자 한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일라이저와 함께 멋진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멋진 요리와 그보다 멋진 두 여자들 간의 우정... 음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이 책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도 있지만 의미 있는 책을 찾고 있는 모든 성숙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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