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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지음,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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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부활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날로그와 관련 기기(대표적으로 LP)의 감각적인 퀄리티와 만질 수 있는 예술 형태를 소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다." (p.277)⠀

유명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과거 유행했던 아이팟이 다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LP는 기존의 레코드 가게를 넘어 거리의 굿즈 숍까지 진출해 어렵지 않게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되었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디지털 스트리밍보다 감각적인 아날로그 음악이 다시 부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 속에서 무형으로 함께 했던 음악은 이제 보고 만질 수 있는 물성으로 재경험되고 있다. 그 시대를 향유했던 사람들에게는 복고로, 젊은 사람들에게는 감성소비로.⠀

“내 발명품 중 가장 위대한 물건이 무엇이냐고요? 나는 나의 포노그래프를 가장 사랑합니다." -토머스 에디슨 (p.9)⠀

저자 기디언 슈워츠는 잘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오디오 세계로 뛰어든 이후, PHAIDON 출판사에서 최초의 오디오 아트북 《Hi-Fi》를 내놓았다. 이것의 번역본인 《오디오·라이프·디자인》에서는 에디슨의 포노그래프 실린더를 시작으로 LP, 릴 테이프, CD, IPod, MP3, 그리고 현재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145년간의 오디오 역사를 시대별로 총망라하고 있다. 여기에 천재 엔지니어들과 그들의 브랜드, 제품 이야기까지 더해져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흥미로운 책이 없을 것이다.

High Fidelity의 약자 ‘Hi-Fi’는 ‘고충실도’를 의미한다. 고성능 음악 재생 장치로써 하이엔드 오디오는 ‘음악의 충실한 재생’이란 목적을 가진다. 이것이 실현될 수 있었던 건, 최고의 충실함을 위해 기술적 한계를 끊임없이 갱신해 나갔던 오디오 설계자들이 그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책 속 오디오 장치들의 빼어난 성능과 디자인에 눈길이 사로잡히고 나면, 오디오 혁신을 향한 그들의 치열한 분투에 매료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오디오의 역사적 서사를 총망라해 쉽게 다룬 것도 장점이지만, 그보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바로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자료 사진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낯선 용어가 보이더라도 이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다. 번역자 이현준이 말한 ‘단 한 권의 오디오 명기 카탈로그’라는 자격이 충분한 이유다.

《오디오·라이프·디자인》은 당연하듯 늘 함께 하느라 의식하지 못했던 오디오의 매력과 무언가에 대해 식어있던 치열한 열망을 읽는 이들에게 일깨워준다. 미적으로써의 오디오에, 삶으로써의 오디오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노력에 한 번쯤 몰입해 보자.⠀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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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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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은 성선설이야. 하지만…… 당하면 배로 갚아주겠어.” (p.293)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 이케이도 준이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최신작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로 돌아왔다. 기존 시리즈의 프리퀄인 이번 작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자와의 통쾌한 활약에 미술 소재의 수수께끼가 새롭게 더해져 거침없는 몰입과 재미를 선사한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4권의 완간으로 아쉬웠을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설레는 소식이 없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지점 융자과 과장 한자와 나오키가 그곳에 부임한 지 한 달이 겨우 지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자와에게 주어진 새로운 안건은, 반짝 떠오른 IT 대기업 자칼이 제안한 전통 있는 미술 출판사 센바공예사의 인수 합병 건이다. 다 망해가는 출판사를 인수하려는 신흥 대기업에 한자와는 강한 의문을 품게 되고, 조직의 음모와 숨겨진 이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아를르캥그림으로 유명해진 미술작가 니시나 조의 작품에 얽힌 기묘한 수수께끼까지 마주하게 된다. 몰아치는 압박 속에서 부조리한 인수 합병을 저지하고, 동시에 의문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할 상황에 놓인 한자와. 은행원-탐정의 통쾌한 활약이 시리즈의 시작점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표면과 이면이 있고, 진실은 주로 이면에 깃든다. (p.211)

 

소설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바로 극명한 대비. 권선징악의 흐름을 유려하게 활용하는 저자는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명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곤 했다. 돌아온 신작에서는 기존의 선과 악, 강자와 약자에 더해, 세상일의 표면과 이면, 그리고 아를르캥과 어릿광대까지 그 대비를 확장시켜 보여준다. 특히 교활하고 인기 많은 아를르캥과 슬픈 웃음을 지닌 순수한 어릿광대의 차이는, 저자가 프랑스 화가 앙드레 드랭의 <아를르캥과 피에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을 만큼 이번 소설 모티브의 중심으로써 주목할 만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진실이 담긴 이면보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표면에 훨씬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아를르캥의 가면을 쓴 수많은 어릿광대들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한없이 약해지기 쉬운 현대 사회의 약육강식 세계에서, 조여 오는 현실은 갑갑하기만 하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할 이케이도 준의 신작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순수한 사람들의 따스함과 함께 일상 한 편에서는 읽는 이들의 숨통을 트여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써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읽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활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해 볼 만하다.



이 서평은 사전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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