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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평점 :
“기본은 성선설이야. 하지만…… 당하면 배로 갚아주겠어.” (p.293)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 이케이도 준이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최신작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로 돌아왔다. 기존 시리즈의 프리퀄인 이번 작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자와의 통쾌한 활약에 미술 소재의 수수께끼가 새롭게 더해져 거침없는 몰입과 재미를 선사한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4권의 완간으로 아쉬웠을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설레는 소식이 없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지점 융자과 과장 한자와 나오키가 그곳에 부임한 지 한 달이 겨우 지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자와에게 주어진 새로운 안건은, 반짝 떠오른 IT 대기업 자칼이 제안한 전통 있는 미술 출판사 센바공예사의 인수 합병 건이다. 다 망해가는 출판사를 인수하려는 신흥 대기업에 한자와는 강한 의문을 품게 되고, 조직의 음모와 숨겨진 이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아를르캥’ 그림으로 유명해진 미술작가 니시나 조의 작품에 얽힌 기묘한 수수께끼까지 마주하게 된다. 몰아치는 압박 속에서 부조리한 인수 합병을 저지하고, 동시에 의문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할 상황에 놓인 한자와. 은행원-탐정의 통쾌한 활약이 시리즈의 시작점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표면과 이면이 있고, 진실은 주로 이면에 깃든다. (p.211)
소설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바로 극명한 ‘대비’다. 권선징악의 흐름을 유려하게 활용하는 저자는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명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곤 했다. 돌아온 신작에서는 기존의 선과 악, 강자와 약자에 더해, 세상일의 표면과 이면, 그리고 아를르캥과 어릿광대까지 그 대비를 확장시켜 보여준다. 특히 교활하고 인기 많은 아를르캥과 슬픈 웃음을 지닌 순수한 어릿광대의 차이는, 저자가 프랑스 화가 앙드레 드랭의 <아를르캥과 피에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을 만큼 이번 소설 모티브의 중심으로써 주목할 만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진실이 담긴 이면보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표면에 훨씬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아를르캥의 가면을 쓴 수많은 어릿광대들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한없이 약해지기 쉬운 현대 사회의 약육강식 세계에서, 조여 오는 현실은 갑갑하기만 하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할 이케이도 준의 신작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순수한 사람들의 따스함과 함께 일상 한 편에서는 읽는 이들의 숨통을 트여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써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읽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활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해 볼 만하다.
이 서평은 사전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