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지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발짝 물러서서 본 세상은 아름다웠는데 한 발짝 들어가서 본 세상은 아픔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멀리 보아야 한다. (p.95)

 

강인하고 행복했던 시절과 연약하고 불안했던 시절. 세상을 살아내고 헤쳐 나아가다 보면 삶이 아름답다가도 한 끗 차이로 아프게 느껴지고는 한다. 그 순간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차분함에 이르고자 할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하지 않나. 말함으로써 이미 마음의 짐을 털어가고 있는 그에게 굳이 짐을 함께 들어주겠다며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 짐은 나눠 지려고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버리려고 털어낸 짐일 수도 있으니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 지켜봐주면 된다. (p.112)

 

작가 지월은 밤하늘에 밝게 떠오른 달을 보며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떨쳐내 왔다.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을 담아낸 이번 작품 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을 통해 작가는 잠겨버린 마음에 시련을 겪고 있을 독자들에게 잠깐의 숨통을 내어준다.

 

1, 잠겨버린 마음들을 시작으로 2초승달, 회복하는 마음들’, 3상현달, 어렴풋이 빛난 마음들’, 그리고 4보름달, 굽히지 않는 마음들까지. 하나 둘 그 마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가득히 차올라 빛나는 달처럼 가슴 한구석이 따스하게 충만해질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람은 흔들리기 참 쉽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몸짓 하나, 노래 가사 한마디, 영화 속 배경으로 인해 우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세상은 언제든 우리를 흔들 수 있다. 그 속에서 두 발로 서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홀로 서도 두렵지 않은 것, 내 삶의 방식을 찾는 것 그게 참 중요하다. (p.235)

 

소박한데 분명하게 행복했던 시절은 지나온 생을 돌이켜보면 어디엔가 존재한다. 아카시아 향만 맡으면 학생 때 등교를 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작가처럼, 나는 한창의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고되고 길었던 일을 마치고 이른 퇴근길에 나섰을 때 들었던 한낮의 매미가 떠오르곤 한다. 여전히 당찬 울음소리는 누구에겐 한 여름의 평범한 하루 중 일부였을 테지만, 내게만큼은 그렇게 꽉 찬 행복으로 남았다.

 

순탄치만은 않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그럴 때면 힘주어 버티기보다 조금씩 그 바람에 흔들려가며 두 발로 깊게 뿌리내려 보는 게 어떨까. 소박하지만 분명하게 행복했던 시절은 잎이 되어 잔잔히 쓰다듬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